#.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정모(37·남)씨는 30㎞ 거리 서울 강남구 광고대행사에 출근하기 위해 평일 오전 6시 30분 집을 나선다. 출근시간은 오전 9시지만 맞춰 나가면 지하철에 앉아서 가는 건 포기해야 해 일찍 이동한다. 정발산역에서 압구정역까지 지하철로 꼬박 1시간. 집에서 역으로, 역에서 회사까지 도보로 30분 정도다. 퇴근까지 합하면 180분, 하루의 8분의 1을 출퇴근에 할애하는 셈이다.
#. 보험설계사 안모(36·남)씨도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살지만 45㎞ 떨어진 서울 강남구 회사에 나가려 평일 오전 6시 30분 출근길에 오른다. 서울에 살다 결혼을 하면서 신혼집값, 육아환경 등을 고려해 거주지를 옮겼다.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 10여 분 걸어 직행버스를 타면 오전 7시 40분쯤 신논현역에 도착한다. 버스를 갈아타고 15분 정도 더 가면 비로소 회사가 나온다. 긴 출퇴근 시간은 업무에 활용하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데 쓴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근로자들의 출퇴근 소요시간은 평균 72.6분, 이동 거리는 18㎞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특히 수도권 거주 근로자의 경우, 통근시간은 80분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과 함께 1시간을 훌쩍 넘는 통근시간이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실정이다.
통계청은 SK텔레콤과 함께 이런 내용을 담은 '근로자 이동행태'에 관한 실험적 통계를 21일 발표했다. 통계청 공공정보인 통계등록부와 SK텔레콤 민간정보인 통신모바일 위치·이동정보를 결합하는 실험적 방식으로 이동정보가 있는 통근 근로자 약 712만 명의 이동행태를 분석한 결과다.
전체 통근자의 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은 72.6분, 통근거리는 18.4㎞였다. 수도권 근로자는 통근에 평균 83.2분, 20.4㎞를 소요해, 전국에서 가장 오래, 멀리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권이 소요시간 52.1분, 통근거리 15.5㎞로 최단시간·거리를 기록했다.
성별 통근 시간도 측정됐는데, 남성(75.6분)이 여성(67.9분)보다 소요시간이 더 길었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가 75.5분으로 통근 소요시간이 가장 길었고, 연령이 높을수록 짧아졌다.
연령에 따라 출퇴근 시간에서 차이가 나는 흥미로운 사실도 통계로 드러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출퇴근 시간이 모두 빨랐다. 실제 연령별 출근 시간을 보니 60대 이상 근로자가 가장 이른 시간에 회사에 도착했다. 오전 7시 이전 출근하는 비중에서 60대 이상 근로자는 3명 중 1명(32%)에 달했다. 이어 50대(29.4%), 40대(23.2%), 30대(18%), 20대 이하(13.4%) 순이었다.
퇴근 시간은 반대였다. 오후 8시 이후 퇴근은 20대 이하(21.1%)가, 오후 5시 이전 퇴근은 60대(49.6%)가 가장 많았다.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제주가 오전 10시 이후 출근자 비중(23.5%), 오후 5시 이전 퇴근자 비중(42.5%)이 가장 컸다. 반대로 수도권은 오전 10시 이후 출근자 비중(16.7%), 오후 5시 이전 퇴근자 비중(28.7%)이 가장 적었다. 거주지와 같은 지역으로 통근하는 사람 비율은 세종이 56.8%로 가장 낮았고, 인천(68.7%)·경기(74.7%)·서울(81.4%)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