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독일까 약일까

입력
2023.12.20 15:08
21면
1㎜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으로
오프사이드 잡아내는 SAOT...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수혜봤지만
오프사이드 잦은 손흥민에겐 독 될 수도

아시아축구연맹(AFC)이 2023 아시안컵에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 기술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어 우려 섞인 기대가 나오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AFC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SAOT는 경기장에 설치된 12개의 특수 카메라가 공과 선수의 팔다리 등 신체 위치를 파악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해당할 경우 곧바로 비디오판독(VAR) 심판실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최종 결정은 주심이 내린다.

오프사이드는 공격하는 동료에게 패스하는 시점에서 공을 받는 선수 앞에 최소 2명의 상대 팀 선수가 있지 않을 때 선언하는데, 축구에서 가장 잡아내기 어렵고, 오심 논란이 많은 반칙 중 하나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프사이드 판정 정확도를 높이고자 SAOT를 직접 개발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첫선을 보였다.

카타르서 역할 톡톡히 해내... 우리나라도 '수혜국'

SAOT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단 1㎜ 오프사이드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과 신속한 판독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우승팀인 아르헨티나(FIFA랭킹 3위)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 4골을 넣고도 번번이 SAOT에 가로막혀 1골만 인정됐고, 결국 FIFA랭킹 51위인 사우디에 2 대 1로 역전패를 당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SAOT의 수혜를 봤다.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울버햄튼)이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 오프사이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었지만, 황희찬이 오프사이드에 걸리기 직전 손흥민의 패스가 출발한 사실이 SAOT에 선명하게 포착되면서 골이 인정됐다. 해당 경기는 2-1 승리로 마무리됐다.

EPL 오프사이드 1위 손흥민에겐 '독' 될 수도

문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오프사이드만 9번 범해 1위에 등극했다. 지난달 애스턴 빌라전에선 3번이나 골망을 가르고도 오프사이드로 모두 취소됐다. 엔지 포르테코글루 토트넘 감독도 "1,000분의 1초만 빨리 패스했다면 타이밍이 완벽했을 것"이라거나 "오프사이드까지 모두 골로 인정됐더라면 그가 득점 1위일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카메라 오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2023~24 시즌부터 SAOT를 도입했는데, 18일 열린 뮌헨과 슈투트가르트 경기에서 김민재의 이적 후 첫 골이 카메라 작동 오류로 취소됐다. 독일 언론 빌트는 "알리안츠 아레나에 설치된 일부 카메라들이 고장나 VAR 센터에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제대로 그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장지현 해설위원은 "뒷공간을 많이 활용하는 공격수들이 오프사이드에 걸릴 확률이 높은 건 맞지만, 손흥민의 경우 타이밍만 맞으면 도리어 더 정확한 판정하에 어드밴티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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