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내년 초 주최 무산... 왜 미뤄지나

입력
2023.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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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외교장관회담 후 '지지부진'
중국 "좋은 분위기 조성돼야" 
일본도 정치스캔들 발등에 불
조태열 "한중관계, 조화로운 복원 노력"

당초 연말 개최를 기대했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를 사실상의 데드라인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4월 총선과 일본 '비자금 스캔들' 변수에 소극적인 중국의 태도가 더해지면서 내년 여름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순번에 따라 한국이 주최한다.

20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협의는 지난달 3국 외교장관회의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소식통은 "의제와 일정을 미리 논의해야 연초 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을 볼 때 1~2월 개최는 어려워졌다"고 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 정상회의를 연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밑그림을 그려왔다.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27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국 외교장관회의 이후 3자 정상회의 개최 조건으로 "좋은 분위기"와 "(이에 따른) 성과"를 언급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역시 지난 11일 한중언론포럼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중국과의 협력관계에 좀 더 공을 들이는 모습을 중국이 원한다는 것이다. 한미일 밀착을 향한 중국의 견제구인 셈이다. 여기에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일 밀착이 이뤄진 상태에서 중국이 숙이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 내 정치적 상황도 변수 중 하나다. 현재 기시다 정권은 '비자금 의혹'에 2012년 자민당 집권 이래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3국 정상회의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만 총통선거(1월)와 러시아 대선(3월), 한국 총선(4월) 등 주변국들 선거 일정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외교가에서 오는 6~7월 중에나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타래는 결국 중국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태열 후보자에게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조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준비를 위한 출근길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전 정부에서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시키다 보니 한미·한일·한미일 쪽에 치중된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중 관계도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로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가능한 조기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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