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ㆍ여당이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중소 사업장에 중처법 적용을 늦추려 하는 가운데 여론은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민주노총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가 1,007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1.5%가 ‘중소기업 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중처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영 위기를 고려해 2년 더 유예해야 한다’는 응답은 27.4%였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고 다치는 일을 줄이기 위해 ‘법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는 취지다.
‘중처법이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9.4%나 됐다. 우리나라 일터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인식하는 비율(79.5%)도 비슷했다. 한국은 산업재해로 숨지는 노동자가 연간 2,000명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산재 후진국이다. 현재 정부와 경영계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지난 3년간 미룬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을 2년 더 늦추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 사업장이 중처법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개월, 비용은 평균 3,1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노총이 지난 3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다. 정부와 기업이 의지가 있었다면 3년 유예기간 동안 중처법 대비를 끝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중처법이 엄청나게 방대하지도, 중처법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3년이나 기다렸기 때문에, 이제라도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이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국민의힘은 중처법 유예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조건부 유예 가능’ 입장에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고용노동부가 중처법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상황을 사과하고, 2년 뒤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약속하면 유예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재 유가족인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중대재해는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잘못하면 바로잡고 견제해야 할 민주당 지도부가 또 미적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