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지명했다. 하지만 안보실장 후임은 발표하지 않았다.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조 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 만큼 긴박한 안보상황에서 되레 안보사령탑 자리를 비워둔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가지 고려할 사안이 있다"며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안보실장은 여타 국무위원과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결격 사유가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일단 형식적으로는 인사검증 절차가 한결 수월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인선을 미룬 건 표면적으로 외교부 장·차관 인사와 맞물린 탓이 커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 장관에 조태열 전주유엔대사를 지명했다. 하지만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이 이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발탁돼 2차관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이때 장 차관까지 안보실장으로 옮길 경우 외교부 1·2차관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장 차관을 당분간 놔둬야 하는 셈이다.
장 차관 후임에는 김홍균 주독일 대사와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2차관 후보에는 CNN 서울지국장을 지낸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외교부 문화협력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결국 장 차관의 문제가 아니라면 후속 1·2차관 인사를 속히 진행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안보실 실세'로 꼽히는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대행체제로 가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15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 앞서 북한의 ICBM 도발 가능성을 예상해 언론에 미리 알리며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장 차관이 실제 안보실장에 발탁될 경우 김 차장과 어떤 성과를 낼지도 관심사다. 장 차관과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각각 북미국장·청와대 외교비서관과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대외전략기획관으로 호흡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