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치러진 세르비아 총선에서 집권당인 세르비아혁신당(SNS)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은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성격이 강했던 만큼 부치치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AFP통신,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세르비아 중앙선관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18일 발표한 예비 개표 결과 SNS 득표율은 47.0%를 기록했다. 투표 결과가 확정되면 SNS는 전체 250석 중 127석을 확보해 단독 정부를 꾸릴 수 있게 된다. 15개 정당으로 이뤄진 야당 연합 '폭력에 반대하는 세르비아' 득표율은 23%에 그쳤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20개월 만에 치러졌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 5월 발생한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부치치 정권에 책임을 묻는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지자 정국 수습 및 국면 전환을 위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SNS가 지난 총선(득표율 44.27%·120석)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부치치 대통령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이에 부치치 정권이 반(反)유럽연합, 친(親)러시아 등 기존 노선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치치 대통령이 2017년 집권한 이래 강화된 권위주의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문제가 된 부정선거 논란은 선거 이후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는 부치치 정권이 선거에 유권자를 동원하고 일부 유권자가 위조 신분증을 사용해 선거에 참여하는 등 각종 불법이 만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모니터 요원으로 구성된 국제선거감시단도 이날 성명을 통해 "투표 매수, 폭력 사태 등으로 선거 시스템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부치치 정권의 언론 통제로 인해 여권 우호 성향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예비 개표 결과 발표 이후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중앙선관위 본부 앞에는 시위대 수천 명이 모여 부치치 정권을 비판했다. 야권 지도자 마리니카 테피치는 재선거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