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유독 장시간으로 집계되는 데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에 각국의 자영업자와 시간제 근로자 비중을 동일하게 조정해 계산해봤는데, 여전히 한국 근로자들은 OECD 평균보다 연간 181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OECD 연간 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가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자영업자 비중이 클수록 길어지고, 시간제 근로자가 많을수록 짧아진다는 함정이 있어 OECD 통계를 바탕으로 한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근로시간은 연간 1,901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5번째로 길었다.
KDI 분석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때 10시간가량 길어졌다. 반대로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1%포인트 늘면, 9시간 정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2021년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23.9%로 OECD 30개국 평균(17.0%)보다 높다. 한국의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12.9%로 OECD 평균(14.3%)에 비해 낮다.
이를 고려해 국가 간 자영업자·시간제 근로자 비중을 평균 수준으로 동일하게 조정해 보면 2021년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829시간으로 OECD 평균(1,648시간) 대비 181시간 길게 나타났다. 앞서 취업형태 구성에 대한 고려 없이 조사했을 때 집계된 1,910시간보다 81시간 줄어들고, OECD 평균(1,646시간)과의 격차도 264시간에 비해 약 31% 감소한 수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민섭 KDI 연구위원은 "취업형태 구성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여타 OECD 회원국에 비해 다소 긴 편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 개선하고, 유연근무와 시간선택제 근로를 활성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에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