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최고 영도기관인 중앙위원회 내부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인맥'이 5년 전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이 약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대로 이미 당 최고 지도부가 모두 시 주석 측근들로 꾸려진 덕에, 굳이 '시 주석의 사람'을 더 이상 동원할 필요가 없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의 '인맥 분석' 결과를 1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총 376명(예비위원 171명 포함)의 중앙위 위원 가운데 △학연 △지연 △함께 근무한 이력 등에서 시 주석과의 '직접 관계'가 있는 인원은 4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 주석을 포함, 총 7명으로 구성된 당 최고 권력 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과 중앙위 위원 간 직접 관계를 맺고 있는 전체 사례의 22%에 해당한다. 5년 전(32%)보다 10%포인트 감소한 규모다.
중국공산당의 권력 구조는 기층에서 정점 방향으로 '당원(약 9,800만 명)→중앙위원→정치국 위원(24명)→중앙정치국 상무위원(7명)'으로 올라가는 피라미드 구조다. SCMP의 인맥 분석은 상대적으로 피라미드 하층부인 중앙위 내부에 '시 주석이 직접 아는 인물'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베이징대 연구원은 SCMP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개인적으로 아는 정치 엘리트들이 은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3연임 가도에 들어서며 권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그와 인연이 있는 간부들은 이미 은퇴 연령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시 주석의 당 장악력 약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리창, 차이치, 딩쉐샹 등 '시진핑 충성파'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앉혔다. 권력 구조의 꼭대기인 상층부를 장악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하층부인 중앙위 내 시 주석의 인맥 약화도 상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SCMP는 "중앙위 위원들과의 개인적 유대감은 이전보다 덜하지만, 자신의 측근(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더 의지해 하급 권력자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실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은 각자 중앙위 내에 상당 규모의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46명과 직접 관계를 맺은 것으로 나타나 시 주석의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차이치 당 중앙서기처 서기(42명), 리창 국무원 총리(39명), 딩쉐샹 부총리(15명),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21명),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15명) 등이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