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가시화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사업장을 선별해 PF 재구조화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내년 초부터는 업권별 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가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는 국내 캐피탈사들이 주도해 2,6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PF 정상화 지원펀드'가 최근 본격 투자에 돌입했다고 17일 밝혔다. 9월 신한·하나·KB·우리금융 등 9개 캐피탈사가 참여한 펀드는 자금부족 등으로 사업 진행이 일시적으로 어려워진 PF 사업장 중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을 선발해 지원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살릴 수 있는 PF 사업장을 골라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펀드 운용사(한국투자리얼에셋)가 선정한 사업장은 총 6곳으로, 부산과 대구, 경기 등에 소재한 사업장이다. 여전업권 관계자는 "자금만 지원해주면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으로 선별했으며, 투자 타당성 검토와 현장실사 등을 모두 진행했다"며 "4개 사업장은 사업부지 인수 방식으로, 2곳은 사업자금 지원 방식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펀드는 이달 12일 참여사들과 펀드투자 계약 체결을 마치고, 13일 자금집행 요청을 마쳤다. 내달 3일까지 우선 1,206억 원을 집행하고, 내달 말까지 추가 1,400억 원을 더 집행할 계획이다.
여전업권 PF 정상화 지원 펀드의 특징은 4개 이상의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전업권 출자금인 1,600억 원에 더해 총 1,000억 원을 투자한다.
정부 주도의 PF 정상화 지원 펀드 역시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중심으로 1조1,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펀드는 첫 투자처로 서울 중구 삼부빌딩을 선정하고 투자를 집행 중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애초 330억 원 규모로 조성한 펀드를 연말까지 1,000억 원으로 규모를 늘릴 예정이며, 현재 PF 사업장 한 곳을 선정해 정상화를 지원 중이다.
이밖에 금융지주사 4,500억 원, IBK기업은행 1,500억 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돼 지원 대상을 선별 중이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별도로 2,000억 원 규모와 600억 원 규모의 PF 펀드를 각각 조성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PF 사업장 재구조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건설업 등 부실화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정상기업엔 자금 공급을 지원하되, 한계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 부실 누적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