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K팝, 이준 열사…국왕·총리와 우정 강조한 尹 "한국 네덜란드 훌륭한 파트너 될 것"

입력
2023.12.14 04:30
국빈만찬, 리더잘 방문, 참전용사 간담회 
답례 문화행사 끝으로 국빈방문 일정 마무리

'거스 히딩크' 'K팝' '이준 열사' '참전 용사'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마지막 공식 일정이 있는 13일(현지시간)까지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및 마르크 뤼터 총리와 각종 일정을 함께하며 양국 공통 관심사와 역사적 관계를 배경으로 우정을 강조했다. 국왕과 총리는 첫날부터 공식환영식, 리셉션, 국빈만찬, 업무협약(MOU) 서명식, 총리 주최 업무 오찬 등 다섯 가지 행사에 동시 참석하며 한국 대통령 첫 국빈 방문을 환영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윤 대통령을 전날 공식환영식에 이어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주재한 국빈만찬에도 초대했다. 그는 만찬사를 통해 "네덜란드 여왕과 본인은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네덜란드에 더 이상 멀리 있는 낯선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흔적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며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가 네덜란드에 익숙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중학생 시절이던 1974년 월드컵 때 오렌지군단의 돌풍을 일으켰던 요한 크루이프에게 열광했다"고 화답했다. 만찬 자리에 참석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호명하며 "한국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 4강 신화의 중심에 있던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이라고도 치켜세웠다. 이어 "한국 축구선수들의 유럽 진출 부흥기를 선도한 박지성 선수의 유럽 커리어의 시작과 끝도 네덜란드 리그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알렉산더르 국왕은 17세기 네덜란드 선원 출신으로 한국에 온 벨테브레(한국명 박연)와 하멜 일행, 6·25 전쟁 당시 네덜란드 참전 용사들을 차례로 언급했다. 양국의 역사적 관계를 회고하는 것으로, 양국이 동반자로서 공유할 가치를 얘기한 것이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네덜란드는 대통령님과 함께 평등의 원칙에 입각한 무역체계를 유지하겠다"고 언급했고,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글로벌 자유 연대를 이끌어가는 가장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빈만찬 이후 정부 소재지인 헤이그로 이동, 상·하원의장 합동면담에 참석했다. 양국 의회 간 교류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현황을 평가하는 한편,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도약에 대한 의회 차원에서의 각별한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및 총리 주재 업무 오찬 후엔 뤼터 총리와 함께 리더잘에 방문했다. '기사의 전당'(Hall of Knights)을 뜻하는 리더잘은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장소다. 당시 고종은 '헤이그 특사'(이준·이상설·이위종)를 파견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려 했다. 이들은 일제의 끈질긴 방해로 결국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했고, 이준 열사는 같은 해 7월 머물던 드용 호텔에서 순국했다.

대통령실은 한국 대통령의 최초 리더잘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리더잘은 현재 개보수 작업 중이지만, 네덜란드 측에서 한국 역사에 지니는 의미를 감안해 방문을 적극 주선했다. 윤 대통령은 리더잘에서 뤼터 총리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드용 호텔에 마련된 이준 열사 기념관도 방문해 독립운동의 뜻을 기렸다.

윤 대통령은 암스테르담 복귀 후 다시 알렉산더르 국왕과 왕궁 인근에서 참전용사 간담회,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했다. 70년 전 6·25 전쟁에 참전한 네덜란드 장병들의 희생에 깊은 사의를 표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영웅의 제복'을 참전용사 코르트 레버르(93)에게 전달했다. 카투사 출신 최병수(90)씨도 특별 참석해 70여 년 만에 옛 네덜란드 전우들과 재회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마지막 일정으로 네덜란드 국왕 부부 등을 초청한 답례 문화행사에 참석한 뒤, 14일 오전 귀국길에 오른다.



암스테르담·헤이그=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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