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지배한 오지환, ‘황금 장갑 피날레’

입력
2023.12.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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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최대 격전지 유격수 전쟁서 승리
154표로 KIA 박찬호에게 34표 앞서

LG의 29년 우승 한을 푼 캡틴 오지환(33)이 2023시즌의 마지막을 ‘황금빛’으로 장식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상(MVP),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남긴 ‘전설의 롤렉스 시계’를 받아 부와 명예를 다 챙긴 오지환은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아 2023시즌을 자신의 별명(오지배)처럼 지배했다.

오지환은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효표 총 291표 중 154표(득표율 52.9%)를 받아 120표에 그친 박찬호(KIA)를 제치고 최고 격전지로 꼽힌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지난해 프로 14년 차에 처음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데 이어 2년 연속 리그 최고 유격수로 인정받았다.

올해 유격수 양강 구도를 형성한 오지환과 박찬호는 정규시즌에서 비슷한 성적을 냈다. 오지환은 126경기에서 타율 0.268 8홈런 62타점 65득점 16도루, 박찬호는 130경기에서 타율 0.301 3홈런 52타점 73득점 30도루를 기록했다. 객관적인 타격 지표는 박찬호가 살짝 앞섰지만 수비는 올해 신설된 수비상을 공동 수상할 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다만 오지환에겐 ‘우승 프리미엄’이 있었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올 시즌 프로야구 현장을 누빈 미디어 관계자 투표로 가려졌고, 투표는 한국시리즈 종료 후 진행됐다. 오지환은 수상 후 “이번 시즌이 최고의 한 해인 것 같다. 29년 만에 우승도 해봤다”며 “지금이 시작점이라 생각하겠다. 내년에도 통합 우승을 해서 왕조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3점 홈런포를 치고 포효하는 모습으로 골든포토상도 챙겼다.

2023시즌 홈런왕 노시환(한화)은 245표(84.2%)를 얻어 3루수 단골 수상자 최정(16표·SSG)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개인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8년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은 올해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해 정상급 거포로 우뚝 섰고,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국가대표 4번 타자로 맹위를 떨쳤다. 노시환은 “최정 선배를 넘기 위해서 달려왔다. 덕분에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승(20승)과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 타이틀을 휩쓸며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정규시즌 MVP 에릭 페디(NC)는 267표(91.8%)의 몰표를 받아 황금장갑을 가져갔다.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페디는 이번 시즌 활약을 발판 삼아 최근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계약에 합의했다.

양의지(두산)는 214표(73.5%)를 얻어 9번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포수로 8차례, 지명타자로 1차례 수상한 그는 최근 10시즌 중 2017년을 제외하고 모두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수상하면 역대 최다인 10차례 수상자 이승엽 두산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1루수 부문은 271표(93.1%)를 쓸어 담은 오스틴 딘(LG)이, 2루수 부문은 259표(89.0%)를 얻은 김혜성(키움)이 영예를 안았다. 외야수 부문은 홍창기(LG), 구자욱(삼성), 박건우(NC)가 나란히 최다 득표해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지명타자 부문은 타율, 안타 1위 손아섭(NC)에게 돌아갔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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