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을 생산하는 경북 봉화군 영풍그룹 소유 석포제련소에서 설비교체 작업을 한 60대 하청업체 근로자가 퇴근 후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3일 만에 숨졌다. 사망한 근로자의 몸에서는 1급 발암물질 비소가 고농도로 검출됐고, 다른 근로자 3명도 비소 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이들이 작업 중 장시간 유독가스에 노출돼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11일 봉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퇴근 후 숨이 차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석포제련소 하청업체 근로자 A(64)씨가 9일 새벽 숨졌다. A씨는 6일 제련소 1공장에서 50대 하청업체 근로자 B씨와 아연 슬러지를 담은 탱크의 모터를 교체했다. 작업 다음날부터 복통 등 이상증세를 보인 그는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갔지만,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결국 숨졌다.
A씨의 몸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치사량(0.3ppm)의 6배가 넘는 2ppm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서 함께 작업했던 B씨도 비소 중독으로 입원했고, 작업을 관리·감독하던 석포제련소 직원 2명도 비소 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근로자들이 작업 도중 새어 나온 비소 성분의 가스에 장시간 노출돼 중독된 것으로 보고 유독가스 감지 장치와 전신보호복 착용 등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도 석포제련소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인 점을 근거로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설비교체 중에 가스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고 가스가 어떻게 새어 나왔는지 등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