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산성’의 핵 강상재… “트리플 포스트 성공 위해 10㎏ 체중 감량”

입력
2023.1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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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압도적 1위 DB 주장 강상재 인터뷰
"트리플 포스트 실현 위해 윤활유 역할에 신경"
'절친' 최준용과 맞대결 승리에 "기분 좋았다" 농담
"정규리그 우승 후 통합우승 도전하겠다"

프로농구 원주 DB의 거침없는 질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개막 7연승을 거두며 2023~24시즌 돌풍을 예고한 DB는 7일 현재 15승 3패를 기록,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수원 KT(12승 5패)가 최근 5연승을 달성하고도 DB에 2.5경기 차 뒤져있을 정도다. 시즌 전 아무도 예상 못 했던 성적표다. ‘언더도그의 반란’을 실현하고 있는 ‘DB 산성’의 주장 강상재를 6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만났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잘할 줄은 몰랐어요.”

강상재는 DB의 독주체제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웃었다. 그는 이어 “멤버 구성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했지만 (현재 성적은) 나도 놀랐다”며 “이제는 (역대 최단기간(16경기) 전 구단 상대 승리 등) 프로농구 역사를 쓰는 데 한몫을 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남은 시즌에도 타 팀이 넘볼 수 없는 새 역사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3시즌 연속 하위권(9·8·7위)을 맴돌았던 DB가 올 시즌 비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트리플 포스트’ 전술이다. 김주성 신임 감독은 강상재(200㎝) 디드릭 로슨(202㎝) 김종규(207㎝)와 같은 장신 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DB는 이들의 높이에서 파생되는 공격으로 평균 92점을 몰아 넣으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 2위 창원 LG(7일 현재 평균 85.3점)에 약 7점 앞서 있을 만큼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트리플 포스트는 선수들의 동선이 겹치는 등의 문제로 운영이 까다로운 전술이기도 하다. 강상재는 김 감독의 꼼꼼한 지시로 운영상의 난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님이 코트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마다 선수들이 움직여야 할 위치를 하나씩 짚어주셔서 동선 정리가 빠르게 이뤄졌다”며 “예를 들어 로슨이 외곽으로 빠지면 종규형이 인사이드로 들어가고, 외곽에서 슛을 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는 코너나 윙 등 정확한 위치까지 찍어준다”고 밝혔다.


그렇다 해도 감독의 지시를 코트 위에서 그대로 실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팀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위해 가교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이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강상재다. 그는 “감독님이 나에게 보조 리딩이나 톱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 등을 지시했다”며 “그래서 팀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게끔 하는 윤활유 역할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강상재는 “나 스스로도 트리플 포스트의 성공 여부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시즌에 비해 내외곽을 오가는 활동량을 늘리고 수비 상황에서도 앞선에서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6㎏이었던 체중도 97㎏으로 줄였다. 그는 “시즌을 앞두고 가진 체력테스트에서 감독님이 크게 실망해서 선수들에게 체중 관리를 하라는 숙제를 내줬다”며 “최근 몇 년간 부상 때문에 팀이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부상방지 차원에서 내준 과제였는데, 나는 마침 외곽플레이도 많이 해야 하는 복합적인 상황까지 겹쳐있어 이번 기회에 독하게 몸무게를 줄여보자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체중 감량에 따른 완벽한 역할 수행은 그의 개인 성적에서도 증명된다. 지난 시즌 평균 10.5점 5.1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기록했던 강상재는 올 시즌 평균 14.8점 6.1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올리며 모든 지표에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슛 성공률 역시 2점슛 49%, 3점슛 32.5%에서 각각 63.4%와 44.9%로 크게 올랐다.

만개한 기량은 동갑내기 '절친'인 최준용(부산 KCC)과의 시즌 첫 맞대결 승리로 이어졌다. 강상재는 지난달 14일 '슈퍼팀' KCC와의 경기에서 25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87-85) 승리를 이끌었고, 최준용(17점 2리바운드 7어시스트)과의 매치업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그는 “솔직히 (최준용을) 조금 의식했고, 기분도 좋았다”고 웃은 뒤 “준용이가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돼 100% 컨디션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친구를 배려했다.

리그가 중반으로 향해가면서 강상재의 올 시즌 목표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그는 “일단은 정규리그 우승을 이루고 싶고, 그 후 통합우승에 도전하겠다”며 “변수는 부상이다. 팀원들 모두 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주 =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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