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광고'까지 담합… 가격 짜고 밀어준 업체들

입력
2023.12.05 12:00
광고 관리권 두고 낙찰자 사전 지정
"아파트 수입 감소, 생활밀착형 담합"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신축 아파트 승강기에 붙는 입주 광고를 관리하는 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낙찰 예정자를 미리 지정하고 '입찰 들러리'까지 세운 업체 7곳에 과징금 7,300만 원을 부과했다.

더베스트기획, 신애, 신화기획, 애니애드, 월드기획, 월드종합기획, 퍼펙트기획 등 7개 사업자는 2021년 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서울, 경기, 인천, 세종 등 전국에서 입주 광고 입찰 담합을 했다.

통상 신축 아파트는 1~2개월 안팎인 입주 기간 동안 가전, 가구, 인테리어, 통신서비스 등 각종 광고를 승강기 내 게시물, 단지 내 행사 부스를 통해 허용한다. 아파트 측은 입주 광고를 직접 관리하는 대신 사업자를 따로 선정한다.

사업자는 광고주로부터 받은 광고비를 아파트 측에 넘기고 광고 수수료를 챙긴다. 입주 광고 관리는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돼 주로 광고대행업, 경인쇄업 등에 종사하는 소규모 사업자가 수행한다.

7개 업체는 입주 광고 사업자 낙찰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투찰 가격을 알려주면, 다른 사업자가 해당 가격 이하로 가격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낙찰가가 높아지는 가격 경쟁을 피하고, 단독 입찰로 유찰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꼼수였다. 이들은 담합을 진행한 88건의 입찰에서 78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아파트 단지 내 수입을 감소시킬 수 있는 생활밀착형 담합을 적발·제재한 사례"라며 "국민 생활에 부담을 초래하는 담합에 가담했다면 사업 규모가 비교적 영세한 사업자라 하더라도 예외 없이 법 집행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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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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