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국 여자 빙속의 간판 김민선(24·의정부시청)이 이번 시즌 금빛 질주를 시작했다. 새로 바꾼 스케이트 부츠 대신 익숙한 예전 부츠를 신고 레이스를 펼쳐 3차 월드컵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선은 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23~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37초73의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에린 잭슨(37초75·미국)이 2위, 펨케 콕(38초01·네덜란드)이 3위로 뒤를 이었다.
9조 아웃 코스에서 레이스를 시작한 김민선은 출전 선수 20명 중 세 번째로 빠른 10초55에 첫 100m 구간을 통과했다. 이후 속도를 끌어올려 같은 조에서 달린 마릿 플레데뤼스(네덜란드)를 제쳤고,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스퍼트를 올려 1위를 차지했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노 골드’에 그쳤던 김민선의 시즌 첫 금메달이다.
지난 시즌 1~5차 대회 여자 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김민선은 이번 시즌 전 스케이트 부츠를 바꿨다. 스케이트 교체 주기가 3~4년인 걸 감안할 때 미리 적응을 마쳐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다. 지난달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1, 2차 레이스에서 각각 5위와 7위에 머물렀다. 이어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2차 대회 여자 500m 1, 2차 레이스에선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만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자, 김민선은 3차 대회를 앞두고 예전에 신었던 부츠를 다시 신었다. 그 결과 2차 대회 1, 2차 레이스를 싹쓸이했던 잭슨을 제치고 첫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냈다. 김민선은 ISU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시즌에 새 부츠를 다시 신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예전 부츠가 잘 맞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0.02초 차로 우승을 놓친 잭슨은 김민선의 기량을 인정하며 경쟁을 받아들였다. 잭슨은 “0.02초라는 작은 차이로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는 게 500m 종목의 즐거움”이라며 “물론 나도 이기고 싶었지만 김민선은 놀라운 선수였다”고 말했다.
김민선은 오는 9일부터 시작하는 월드컵 4차 대회 출전을 위해 폴란드로 이동,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