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탑승 시위 등 선전전에 나선지 2년이 됐다. 장애인의 권리 회복을 바라는 시민단체들도 4일부터 5일간 연대 릴레이 기자회견으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회견 첫날부터 10분 만에 지하철 역사 안에서 쫓겨났다.
전장연과 인권단체 공권력감시대응팀 등은 이날 오전 8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동대문 방향 승강장에서 이동권 예산과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예산은 늘지 않은 반면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탄압만 늘어나고 있다"며 "정당한 집회 권리를 위한 장소를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도 "우리의 회견이 공공의 안전 질서에 중대 위험을 초래한다고 하지만, 교통공사와 경찰의 활동가 강제 연행, 물리적 제압이 안전 질서를 위협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교통공사는 지난달 21일 전장연 측의 지하철 탑승 시위 불허 방침을 세우고 3단계 대응책에 따라 역사 진입을 막아왔다. 이날은 활동가들이 지하철을 타고 승강장에 도착하면서 역사 진입을 원천 봉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회견 시작 10분 만에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활동가 퇴거 조치에 들어갔다. 퇴거 과정에서 잠시 공사 직원들과 활동가들이 실랑이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이들 단체는 역사 밖으로 나와 회견을 이어갔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수도권 지하철역 113개 중 단 1곳에만 엘리베이터가 있던 30년 전에 비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평등열차를 향한 장애인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오세훈 서울 시장은 이런 시위가 시민들을 공포에 빠트린다는 프레임을 씌웠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국회에서 (특별교통수단 예산 증액) 예산안만 통과되면 출근길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장연 측은 앞서 특별교통수단 예산 증액안을 통과시켜 달라며 국회 예산 심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