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카드 그대로 쓰고, '바가지요금'도 막는 외국인용 택시 앱 출시

입력
2023.12.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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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본국 전화번호로 본인 인증
호출 시 이동 경로 및 요금 확인 가능
관광 명소로 목적지 자동설정 기능도

#최근 서울을 방문한 중동 국가 출신 A씨는 성동구 왕십리에 가려다 거리에서 한참을 헤맸다. ‘왕십리’ 발음에 따른 영어 표기가 헷갈려서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목적지 가는 방법을 검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편리하게 택시를 타고 싶었지만 거리를 지나가는 빈 택시도 없었다. 외국인은 택시 앱 가입 자체가 불가능해 택시를 호출하는 건 진즉 포기했다. 결국 행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전용 택시 호출 앱 ‘TABA(타바)’가 출시됐다고 서울시가 3일 밝혔다. 인공지능(AI) 기반 관광정보 추천 B2B(기업 간 거래) 기술을 보유한 새싹기업 ‘글로벌리어’와 택시 호출 서비스 ‘티머니 온다’가 함께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울시는 양사 간 협업을 중개ㆍ지원했다.

기존 국내 택시 호출 서비스는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해야만 가입할 수 있고 결제도 국내 발행 카드 위주라서 외국인들은 앱을 사용하기 힘들었다. 실제 유명 관광지에 가면 택시를 잡지 못해서 쩔쩔매는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타바 앱에선 관광객이 본국에서 사용하던 전화번호로 본인 인증을 받을 수 있고, 해외 발행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 연말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간편 로그인 기능과 이메일 인증 기능도 추가될 계획이다.

타바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한 이동 거리와 요금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면서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일부 그릇된 행태도 막을 수 있게 됐다. 필요에 따라 추천경로, 최단경로, 통행료면제경로 중에서 선택 가능하고, 택시 유형도 중형, 대형, 고급으로 나눠 고객이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는 영어, 중국어(간체ㆍ번체), 일본어, 태국어 등 5개 언어로 제공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도 지원할 예정이다.

타바 앱에는 택시 호출 서비스뿐 아니라 서울시가 엄선한 주요 관광 명소 200여 곳을 소개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관광 정보를 탐색하다가 방문하고 싶은 곳을 찾을 경우, 목적지를 따로 입력할 필요 없이 앱 하단 ‘지금 여기로 이동’ 버튼을 누르면 해당 장소가 목적지로 자동 설정돼 택시를 호출하기가 편리하다.

앱 출시를 기념해 첫 번째 이용에 한해 택시 요금 5%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앱을 다운로드한 후 계정을 생성하면 자동으로 5% 할인 쿠폰이 적용된다. 김영환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타바 앱은 외국인 관광객 편의 개선은 물론 대기업과 새싹기업이 협력한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관광 새싹기업들과 유관기업 간 상생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해 관광산업 분야에서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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