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0개월 만에 4만 달러 돌파... "내년 말 10만 달러" 전망까지

입력
2023.12.04 16:30
4일 개당 가격 4만1000달러도 넘어서
금리 인상 종료, 반감기 도래 등 영향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4일 오전 4만 달러를 돌파하며 급등했다.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4만 달러 선을 넘긴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미국 규제 당국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승인에 대한 기대감 등 여러 호재가 맞물린 결과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4일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미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은 개당 4만1,415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같은 시간 대비 5.14% 오른 가격으로, 이날 오전 7시 30분쯤 4만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7시간여 만에 4만1,000달러도 넘어섰다.

2021년 6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1만5,000달러대까지 폭락했다. '가상화폐의 리먼 사태'로 불리는 테라·루나폭락 사태, 세계 3대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등 초대형 악재가 잇따르며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그러다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선 건 올해 초다. 저점 매수 심리가 발동하면서 1월 한 달에만 25% 이상 급등했다.

가격 상승 랠리, 왜?

그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4만 달러대까지 오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낮은 3.2%를 기록하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이른바 '반감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 총량(2,100만 개)이 정해져 있어 일정량 유통 시 채굴량이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다. 4년을 주기로 반감기가 오는데, 다음 주기는 내년 4, 5월쯤으로 예상된다. 그 전에 사 두려는 구매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물 ETF 승인 기대감... "거부 가능성 염두에 둬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가능성이 커진 건 이 같은 상승 흐름에 날개를 달아 줬다. 현재 미국에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 10여 곳의 자산운용사가 현물 ETF를 추진하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블랙록은 10월 미국 증권예탁결제원으로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의 증권식별코드(CUSIP)를 받았는데, 시장에선 이를 승인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실에 비춰, 내년 1월 10일 전에 적어도 한 곳 이상이 승인을 받을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ETF의 출시는 가상화폐가 제도권 금융의 테두리에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금융 당국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비트코인을 사지 않아도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하는 종목을 살 수 있게 되고, ETF를 만든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생긴다.

시장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대형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말 1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화폐 금융서비스 회사인 매트릭스포트는 내년 말 예상치를 12만5,000만 달러로 제시했다. 다만 가상화폐거래소 코인DCX의 비자이 아야르 부사장은 "이번 랠리는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다시 (승인을) 거부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ETF 승인 거부 가능성을) 투자 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미 경제매체 CNBC에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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