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의 사임으로 방통위는 당분간 '식물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송법상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던 데서 ‘1인 체제’로 바뀌어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가 된 때문이다.
방통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한 1일 이상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장이나 국회 추천 상임위원(여당 1명, 야당 2명)을 임명하지 않는 이상 방통위는 당분간 ‘정족수 미달’로 의결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13조)상 위원회 회의는 위원 2인 이상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 다만 위원장은 단독 소집권이 있다. 하지만 위원회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그런데 1인 체제에서는 이 과반을 따질 수조차 없다. 방통위는 지난 8월 말 김효재·김현 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이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됐지만 이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2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 의결도 형식상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같은 의결을 할 경우 위법 소지가 크다. 방통위는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 행정기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합의제 기관에서 1인 체제로 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안건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1인 체제 방통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장을 지명하는데도 법무부 인사검증, 국회 청문 절차 등이 남아있다. 때문에 최소 한 달 안팎의 방통위 식물상태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방통위에 산적한 현안 처리 지연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29일 2인 체제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는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안건 의결을 보류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앞서 유진기업 종속회사인 유진이엔티는 YTN 대주주를 기존 한전KDN에서 바꾸는 안을 신청했다. 연합뉴스TV의 경우 을지학원이 대주주를 기존 연합뉴스에서 변경하는 안을 신청했지만, 방통위 보류 결정 이후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지난달 30일 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종합편성채널 MBN에는 14개의 조건, 4개 권고사항을 전제로 3년 재승인을 내줬다. 하지만, 1인 체제 방통위에서는 이달 말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KBS 2TV의 재허가 심사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지상파 3사 UHD, KBS·SBS DTV와 지역 MBC와 민영방송사 등도 이달 말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이들의 재허가를 결정하지 못하면 법외 상태에서 방송하게 된다.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조치 과징금 부과처분, 포털의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와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제화 등의 현안도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