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산업정책, 한국 수출에 도움 되지만 고용 위축 우려”

입력
2023.12.01 15:58
칩스법, IRA 등 산업정책에
관련 품목 수출 호조 수혜
"핵심 생산기지 이전은 리스크"

자국 첨단산업과 제조업에 투자를 유도하는 미국 산업정책 영향으로 올해 대미 수출이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능력과 고용 위축을 부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미국 산업정책의 현황과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각국은 앞다퉈 산업정책을 추진 중이다. 실제 매년 신규로 도입되는 전 세계 산업정책 건수는 2010~2019년 평균 250건에서 2021, 2022년 평균 1,600건 정도로 폭증했다. 과거에는 주로 성장 초기 단계의 신흥국이 산업정책을 내놓았지만, 최근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크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적극적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제조업을 부흥시키려 애쓰고 있다. 주요 지역에 첨단제조업 허브를 육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려는 목적이다. 그간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던 첨단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도 노골적이다.

실제 미국 내 공장 건설 등 제조업 구축물 투자는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 올해 1~3분기 성장 기여도가 0.4%포인트에 달했다. 보고서는 “투자 붐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 점차 조정되겠으나,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생산과 고용 확대가 가시화하면서 제조업 경기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사업으로 고용이 약 32만 명(전체 취업자 수의 약 0.2%) 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0.2% 정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추정도 제시됐다.

우리 수출엔 기회다. 상반기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대미 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보인 건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함께 산업정책으로 자본재 소비가 늘어난 덕이었다. 미국 내 공장 건설과 설비 확충이 활발해지면서 건설기계를 중심으로 기계류 수출이 16% 증가했고 전기차(73.6%), 배터리(14%) 등 산업정책 관련 품목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부품업체뿐 아니라 식품 등 생활 관련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우리 경제의 고용기반이 위축될 위험도 동시에 커졌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내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도 큰 변수로 남아있다. 한은은 “주요국 산업정책에 따른 기회 요인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교한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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