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모른다는 최고급 명품 산업에 때아닌 '구인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명품의 몸값을 밀어 올리는 건 '한 땀 한 땀' 정성 들인 수작업인데, 숙련된 장인을 구하지 못해 속을 태우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에 터를 잡은 브랜드 중에선 아예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 '장인 만들기 프로젝트'에 나선 곳도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숙련된 장인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최고급 명품 브랜드의 구인난을 보도했다. 루이뷔통, 디올, 티파니앤코 등 75개 브랜드를 거느리며 한때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예외가 아니다. LVMH는 2025년 말까지 2만2,000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디자이너를 포함한 장인 인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명품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감하면서 장인들이 현장을 떠난 탓이 크다. 대형 브랜드들까지 생산을 줄이면서 공장들도 문을 닫았고, 이 과정에서 장인들이 조기 은퇴했다. 장인의 섬세하고 까다로운 손길을 거칠수록 명품의 값어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숙련된 장인은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숙련된 근로자들의 공급이 지속되지 못하면 매출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장인 정신' 자체가 실종된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본다. 옷 재단이나 가방 바느질, 보석 가공 같은 업무 자체를 기피하는 흐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미국과 유럽 노동자들은 수작업을 요구하는 노동을 외면하고 지식 경제라 불리는 분야를 선호한다"며 "고급 명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와 숙련된 장인의 감소가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LVMH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진행해 온 보석, 재단 등 교육 프로그램을 미국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LVMH는 올해 7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는데, 인력 부족에 내년 더 많은 훈련생을 모집해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스위스 명품 신발 브랜드 발리는 한 장인이 자신의 전문 분야 외 다른 제작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재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발리에 소속된 장인 100여 명 중 약 20%는 한 가지 이상의 작업을 수행한다고 니콜라스 지로토 발리 최고경영자(CEO)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