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직 부장검사가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을 폭로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해당 검사에 대해 "기고에 대해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감찰을 지시하고, 여운국 차장검사는 형사 고소를 예고하는 등 지휘부도 갈등을 키우는 모양새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석 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부장검사)은 30일자 법률신문 '목요일언' 코너에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지난해 10월 임용된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에서) 지금까지의 소회를 말하자면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라는 두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참으로 희한한 경험을 했다"면서 올해 초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 사건을 검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직후 상황을 꺼냈다. 당시 여 차장검사가 수사 경험이 없는 어린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도록 지시하고, "이게 무슨 직권남용이냐"며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취지의 자료를 건네줬다는 것이 김 부장검사 주장이다. 그는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맞추도록 언행을 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수처 인사에 대해선 "총체적 난국"이라고 묘사했다.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 구성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인력시장에 나와 있는 잡부와 같은 심정으로 지낸다"며 "아무도 모르는 인사가 수시로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팀워크가 생길 리가 없고 (인사)이동으로 인한 분란이 끊이질 않고 퇴직자가 속출한다"고 꼬집었다.
공수처 지휘부는 이날 김 부장검사의 기고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공수처는 "김 부장검사가 기고 내용을 사전신고하지 않은 채 규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위원회 회부 등 엄정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 윤리강령에는 '직무와 관련된 사항에 관해 수사처 검사의 직함을 사용해 그 내용이나 의견을 기고·발표하는 등 대외적으로 공표할 때는 처장에게 미리 신고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 차장검사는 개인적으로 김 부장검사를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수처는 "김 부장검사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하고 공무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김 부장검사를 타 수사기관에 고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언론 기고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공수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수사 실무를 잘 모르는 공수처 지휘부와 수사 실무를 맡은 검사들 간 갈등이 불거진 지 꽤 됐다"면서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처장과 여 차장은 각각 내년 1월 20일과 1월 28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