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에서도 해임됐다.
29일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해병대는 전날 열린 보직해임 심의위원회에서 박 대령에 대한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해임을 의결했다. 해병대는 박 대령 측에 보낸 '군사경찰병과장(대리) 보직해임 처분서'에서 "병과장의 임무는 '병과의 대표자로서 병과 업무에 대해 해병대사령관을 보좌'하는 것"이라며 "군사경찰 병과의 업무 특수성, 현재의 상태(병과 편성 직위에서의 보직해임, 불구속 기소) 등을 고려할 때, 군사경찰 병과의 대표자로서 해병대사령관을 보좌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판단돼 보직해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과 군사경찰 병과장 2개 보직을 맡아왔다. 그러나 지난 8월 2일 채 상병 사건 조사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국방부 검찰단에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됐고, 같은 날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됐다. 박 대령의 변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인사 소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인사관리 훈령에 따르면 보직해임이 되면 해당 처분을 안 날로부터 30일 안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군인권센터는 박 대령 보직해임이 '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앞둔 현역 수사관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서에서 "앞으로 (채 상병)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들도 외압을 겪은 당사자로서 진실을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방부와 해병대는 서둘러 병과장 보직을 해임한 것"이라고 했다.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에 대한 첫 공판이 다음 달 7일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다. 향후 국회의 국정조사, 채 상병 특검법 신속처리안건 지정 여부 등도 예정돼 있다.
이어 "병과장은 소속 병과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며 "입맛에 맞는 새 병과장을 앉히기 위한 수순으로 박 대령을 쫓아내 복무 중인 수사관들에게 보복,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당시 지휘선상에 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징계성 인사 조치를 받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 소장 계급을 유지한 채 서울의 한 대학으로 정책연수를 갔고, 김 사령관은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