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 꿈꿨던 15세 소녀...5명에 새 생명 주고 별이 됐다

입력
2023.11.27 16:04
지난해 4월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뜻깊은 일 하고 떠나길" 기증 결심
장래희망은 천문학자와 대학교수

별 보는 것을 좋아해 천문학자를 꿈꿨던 여중생이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예원(15)양은 지난해 5월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5명에게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기증원 측에 따르면 당초 이양 부모는 딸의 사망에 너무 마음이 아파 언론보도를 거부했다가 뒤늦게 또래 아이들의 장기기증 사실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이양의 사례도 알리기로 결심했다.

경기 평택에서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양은 지난해 4월 26일 자택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전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뇌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꿈 많던 이양이 세상에 뜻깊은 일을 하고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밝고 쾌활한 성격의 이양은 별자리 찾아보는 것을 좋아해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의 꿈은 자신이 공부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반장, 부회장을 도맡았고, 중학교 2학년 첫 시험에선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다. 이양이 다니던 경기 평택 용이중학교는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떠난 이양에게 올해 1월 명예졸업장과 모범상을 수여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예원이 너를 처음 품에 안았던 따뜻했던 그 순간을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다. 엄마, 아빠에게 넌 기쁨이었고 행복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갑자기 이별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고 지금도 네가 없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 너무 착하고 예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양의 아버지 이준재씨는 "하늘나라에 매일같이 편지로 일상을 전하며 딸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예원이에게서 새 생명을 얻은 분들이 건강하게 예원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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