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차별 기획감독을 벌인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식대·교통비를 주지 않거나, 출근 시간을 10분 일찍 설정하는 등 차별적 현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노동시장 약자 보호'를 강조했는데, 노동계는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등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를 열어 올 2~10월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기관 14곳에 대한 비정규직 차별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14곳 중 12곳에서는 △비정규직 차별 7건 △불법파견 1건(21명) △연차 미사용 수당 등 금품 미지급 12건(4억 원) 등 법 위반사항 62건이 적발됐다.
차별 처우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1,215명이며, 차별로 인해 수당 등 미지급된 금액은 21억6,000만 원에 달했다. A은행은 보증서 관리 등을 하는 기간제 통상근로자(1일 8시간)에게 중식비 월 20만 원과 교통보조비 월 10만 원을 지급하면서도 유사 업무를 맡은 단시간 근로자(1일 7.5시간)에게는 중식비와 교통보조비를 주지 않았다. B은행은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들만 출근시간을 영업시간 10분 전으로 정해 놓기도 했다. C증권사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추석 귀성비로 60만 원을 주고 육아휴직 대체 근로자 등 단시간 근로자(1일 6~7시간)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연장근로 수당, 연차 미사용 수당 등 기본적인 수당을 받지 못한 비정규직도 533명(4억 원)이나 됐다. 법이 정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보다 짧은 기간을 부여하거나, 임신 근로자에게 시간 외 근로 한도를 초과해 업무를 시키는 등 모성보호 위반 사례도 7건 적발됐다.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감독 대상이 된 14개 금융기관 대표·임원을 만나 "노동시장 약자 보호와 법치 확립은 노동개혁의 기본이라 공정한 노동시장, 차별 없는 일터 조성에 힘써 달라"면서 "정부도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공정 처우에 대한 기본 원칙과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업장이 자율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고용관계에 있어 모든 차별적 처우에 반대하며,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고용부가 진정으로 차별을 해소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노동계와 적극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공공성 있는 기관들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