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바우처, 내년 일반인 대상 모의실험

입력
2023.11.23 18:00
한은·당국 디지털화폐 실험
3분기 규제 샌드박스 마련 후
9, 10월 10만 명 이내로 모집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내년 말 일반 국민이 참가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실거래 모의실험에 나선다. CBDC 시스템의 효용성을 점검하려는 취지다.

23일 한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민이 이용하고 있는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바우처를 예금토큰 형태로 발행해, 실생활에서 직접 활용해 보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예금토큰은 은행 수시입출식예금을 블록체인 기술1을 활용해 디지털 증표(토큰)로 만든 것이다. 형태만 다를 뿐 예금이라는 본질은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예금토큰을 이체할 수 있고, 한은 등 중앙은행이 가치를 담보하기 때문에 화폐처럼 액면가만큼의 가치를 지닌다.

기존 화폐와 다른 점은 특정 사용자가 특정 사용처에서만 쓸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고,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결제대금이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 계좌에서 사용처로 실시간 이전된다는 것이다.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특징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예금토큰에 바우처 기능을 입히면 기존 바우처의 단점으로 거론됐던 높은 수수료, 복잡하고 느린 정산 절차, 부정수급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컨대 부모가 예금토큰 형태의 보육료 바우처를 사용할 경우, 결제 즉시 자녀의 출석일수에 따른 바우처가 어린이집에 지급된다. 현재는 출석일수에 따른 바우처 금액 산정부터, 민간 카드회사를 통해 어린이집으로 대금이 이전되기까지 최대 5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번 실거래 모의실험은 내년 4분기 중 착수할 예정이다. 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할 수 있도록 3분기 말까지 규제 샌드박스2를 마련한 뒤 모의실험 참가 은행을 확정한다. 실험 참가자는 9, 10월 10만 명 이내로 모집하며, 신청 자격은 바우처 사용처 확정 이후 결정할 방침이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이번 실험은 바우처 운영자 입장에서의 효율성, 안전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며 "추후 다양한 예금토큰 바우처를 통합 관리하는 공공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사용자도 편의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 블록체인 기술
거래 정보를 수정할 수 없도록 데이터를 '블록(block)'으로 만들고, 고리 모양의 체인(chain)으로 연결한 뒤, 네트워크 참여자의 디지털 장비에 분산·저장하는 기술. 거래 이력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거래 안전성이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2 규제 샌드박스
새로운 산업, 새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 주는 제도.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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