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계기로 억만장자와 연예인 등 부유층의 전용 제트기 이용은 대폭 늘어났다. 한번 굳어진 습관은 역시나 잘 고쳐지지 않는 듯하다. 팬데믹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던 지난해 초부터 약 2년간 그들의 전용기가 내뿜은 이산화탄소는 선진국 국민 4만 명분의 배출량에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배출에 있어서도 부(富)에 따른 불평등이 더 심화한 셈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함께 진행한 ‘대규모 탄소 격차’ 프로젝트에서 작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연예인과 억만장자,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전 세계 유명인 200명이 소유한 제트기의 항공편을 추적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기간(21개월) 동안 전용기 약 300대의 총비행횟수는 4만4,739회였다. 비행시간 총합은 11년에 육박했다.
특히 이들 전용기가 배출한 탄소는 누적 41만5,518톤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영국인 1명이 교통·항공 영역뿐 아니라 생활 전체에서 뿜어낸 양의 약 4만 배에 이른다. 세계 각국이 이상기후 현상으로 고통받고 ‘탄소 감축’이 전 지구적 목표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소수 부유층은 일반인과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탄소를 항공기 이동만으로 발생시킨 셈이다.
가장 심각한 오염을 일으킨 전용기는 유명 록밴드 롤링스톤스 소유의 보잉 767 항공기였다. 약 5,046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뉴욕~런던 왕복 항공편을 1,763회 이용했을 때 발생하는 양이다. 올해 8월 사망한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용병그룹 수장을 비롯, 러시아 고위층 소유 항공기 39대도 3만701톤의 탄소 배출량을 기록했다. 러시아인 평균의 1,000배라고 한다.
예전부터 ‘기후 악당’으로 꼽혀 왔던 부유층의 전용기는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더욱 급증했다.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감축시키고, 유명인들이 감염 방지를 이유로 전용기나 전세기를 선호하게 된 탓이다. 상당수 국가에서 팬데믹 종료가 선언됐던 지난해 전용기 비행은 2만7,793회로, 2007년 이후 최다치였다. 이로 인해 발생한 탄소는 약 26만 톤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전용기 비행의 40%는 목적지 도착 후 빈 상태로 회항해 연료 낭비도 심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탄소 불평등’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선진국 12곳에서 소득 상위층 10%가 하위 10%보다 최대 40배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개인 제트기와 요트 등 운송 수단이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옥스팜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