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할 사람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외식 업계를 위해 비전문취업비자(E-9)를 지닌 외국 인력도 음식점 취업이 가능하게 하는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민생 규제 혁신에 나섰다.
정부는 2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31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민생경제 활성화 및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민생 규제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번 혁신으로 약 101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총리는 "정부는 규제 혁신을 국정 우선 과제로 삼아 전방위적 개선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민생 현장에는 과거부터 이어진 불합리한 관행과 낡은 규제로 인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에 부담이 되고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불합리한 규제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개선 분야는 중소기업 옴부즈맨 및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별 규제 애로 신고 센터, 현장에서 나오는 중기·소상공인 규제 애로를 집중 발굴해 뽑았다.
먼저 유학생·동포 비자와 달리 음식점 등 외식 업계에 취업이 불가능한 E-9 비자였지만, 내년부터는 식당에서도 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농축산업·어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 등에 한정됐던 E-9 발급 범위를 넓힌 것이다.
안경 업소를 가야 구매 가능했던 콘택트렌즈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안경 업소-수요자 매칭을 통한 온라인 판매 서비스가 추진된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전날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해외 직구(직접 구매)는 가능하나 국내 인터넷 구매는 금지된 불합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라며 "일회용 콘택트렌즈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을 추진하고 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신속하게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밖에도 △쓰레기 종량제봉투 환불과 전입지역 사용 자유화 △개발제한 구역에 농업인용 간이 화장실 설치 허용 △19세 이상 중증장애 손자·녀 노인복지주택 동반 입소 허용 등 서민에게 불편·부담이 되거나 사회적 약자 보호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 혁파 과제 50건을 선정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애로 관련 117건을 개선했다. 먼저 유효기간이 끝나면 사용할 수 없었던 온누리상품권의 예외 사용 허용을 추진한다.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고 전통시장에서의 소비 촉진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 유효기간 5년이 경과한 온누리상품권 미회수금액은 약 140억 원에 달한다. 방 실장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정한 유효기간은 5년"이라며 "상품권이 환수돼 돌아왔을 때 현금으로 바꿔주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신분증을 위변조·도용한 청소년들에게 속아 혼숙을 허용한 숙박업주는 과징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청소년에게 주류, 담배, 유해물건 등을 판매한 편의점주나 이들을 유해업소에 출입·고용한 업주에겐 면제 규정이 있었으나 숙박업주의 경우 선량한 주의 의무를 다해도 행정 처분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사업주가 최선을 다해 신분증 확인 등 조치를 취한 경우에 한해 과징금이 면제된다.
이외에도 중기부는 △보전국유림 지역에서도 양봉업 허용 △수중레저업의 이용요금 사전신고 의무 전면 폐지 △외국인투자지역 임대‧갱신 계약 허용기준 명확화 △산림사업법인 기술인력 보유기준(7명) 대폭 하향 조정해 시장진입 지원 △유료직업소개소 시설요건 등 등록기준 완화 등에 대해서도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현장에서 자주 제기하는 과제, 규제 개선 시 부작용은 낮고 효과는 분명한 과제를 적극 찾았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규제 개선 사항을 인지하지 못해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없도록 개선 내용을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