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한국의 단기외채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60억 달러가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대외 지급능력을 의미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은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9월 말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전 분기 말 대비 214억 달러 증가한 7,85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8,107억 달러)에 이은 역대 2위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대외금융자산)가 208억 달러 감소하는 사이 외국인의 국내 투자(대외금융부채)가 더 큰 폭(-422억 달러)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국내 주가 하락과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 등 거래와 무관한 외부 요인의 타격을 받았다. 실제 감소 원인을 따져보면 비거래요인에 따른 감소폭이 400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줄어든 것 역시 글로벌 주가 하락과 강달러에 따른 환산액 감소 등 비거래요인에 주로 기인했다. 다만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면서 거래요인이 114억 달러 증가, 비거래요인 감소폭(-323억 달러)을 일부 상쇄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전체적인 대외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한은 평가다. 3분기 말 기준 대외채무는 6,493억 달러로 전 분기 말 대비 157억 원 감소했다. 만기별로 보면 단기외채가 203억 달러 급감했는데, 이 중 예금취급기관의 현금 및 예금 감소폭이 79억 달러나 됐다. 국내 은행에 동결돼 있던 이란 원화자금이 유로화로 환전돼 인출되면서 큰 폭의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분기 말보다 2.5%포인트 하락한 21.8%로 1994년 4분기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단기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4.2%포인트 하락한 34.2%까지 떨어져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33.1%)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복근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 지급능력이 제고되고, 외채 만기 구조도 장기화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은 양호하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향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양상이나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장기화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대내외 거시경제 및 외환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