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KDI의 2.2%보다 더 낮다...산업연구원 "내년 경제성장률 2%"

입력
2023.11.20 21:00
고물가로 민간소비 성장 크게 위축
수출은 '12개월 마이너스 성장' 기저효과로 5.6% 늘어


산업연구원이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또 다른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전망(2.2%)보다 낮은 수치다. 민간소비 활동이 주춤하고 건설 투자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산업연구원은 이런 내용의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20일 발표했다. 우선 올해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2022년 말 내놓은 전망치(1.9%)는 물론 5월 말 조정한 전망치(1.4%)보다도 낮다. 산업연구원은 "수출 회복이 지연된 데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5월 내놓은 전망(연평균 78.5달러→83.4달러, 1279.3원→1309.8원)보다 높다. 주변의 경제 환경도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연평균 유가와 원‧달러 환율을 각각 83달러, 1,288.3원으로 잡았다. 올해보다 각각 0.5%, 1.6% 떨어진다고 봤다. 이런 대외 환경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에 그칠 거라고 예상한 것.

특히 민간소비가 내년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올해보다 낮은 1.9%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①고금리와 가계부채로 인한 이자부담 확대 ②금융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 ③고물가 등 소비 심리를 낮출 조건만 가득하다. 지난해(4.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 이마저도 아슬아슬하다. 산업연은 상반기만 해도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이 2.7%에는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번 발표에서 2%로 크게 낮췄다. 고금리로 미분양이 이어지면서 건설 투자는 내년 역성장(-0.2%)으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경기 이어지면 수출 1위 국가 미국 될 수도


그나마 수출 전망은 밝다. 산업연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동안 수출 성장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저 효과에 힘입어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봤다. 수입은 중간재 수입 증가, 유가 하락이 맞물려 0.7%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3대 주력산업 부문별로 보면 이차전지(-2.6%)·석유화학(-0.5%)을 뺀 대다수 산업의 수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수요 회복과 맞물려 반도체(15.9%)·정보통신기기(12.7%)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별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對)중국 수출 부진, 대미 수출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중국은 중간재 자급률 상승, 한국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경기 요인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수출국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을 괜찮게 보고 있어서 그럴 가능성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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