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채용시험 공통과목 시험문제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바뀐다. 단순 암기 지식 평가에서 이해, 추론, 논리력 평가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인호 인사혁신처 차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브리핑을 열고 9급 공무원 시험 국어ㆍ영어 과목의 출제기조 전환 작업을 2025년부터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9급 공무원 시험 문항이 암기 위주고, 타 시험과 동떨어진 내용이라 준비 과정에서 쌓은 역량과 지식이 실무에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인사처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출제기조 전환’ 방침을 공식화했는데, 이번 발표는 그에 대한 후속 조치 중 하나다.
대상 시험과목은 국어와 영어로 제한됐다. 인사처 관계자는 “국어 시험에서는 이해 능력과 추론, 비판력과 같은 사고력 검증에 집중하고, 영어 시험에서는 실제 업무수행에 필요한 실용적인 영어 능력을 평가할 것”이라며 “나머지 한국사 과목도 출제기조 전환이 가능한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조 변화에도 시험 난이도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 유지된다. 이 차장은 “수능시험처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게 아니라 공직에 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고졸 학력 수준에 맞춰 출제되는 9급 시험 특성에 맞춰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뀐 첫 시험은 2025년 봄으로 예정된 국가직 9급 공무원 채용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시험 내용이 암기 위주에서 직무 능력 중심으로 바뀌면서 민간(기업) 채용과의 호환성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민간 시험을 준비하던 취업 준비생들의 공무원 응시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지난해 29.2대 1에서 올해 22.8대 1로 급락하는 등 2016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반면, 출제 기조 변화가 응시생 증가와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반론도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반대로 공무원 취준생들이 민간 채용 시장으로 유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사처는 출제기조 변화에 따른 수험생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시험 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제기조 전환’의 예시 문제를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kr)에 공개했다. 예시 문제는 실제 시험과 동일한 형태의 국어 20문제와 영어 20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