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아빠가 성폭행한 거야"... 그 교회 장로는 세뇌의 달인이었다

입력
2023.11.16 16:26
법원, 검찰수사관 겸 장로에 징역 4년 선고
의혹 제기하면 가족·친척 동원해 무고 사주

"너희 아버지가 어릴 적 너희에게 몹쓸 짓을 한 거야."

여성 신도들을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신도들이 자기 친부를 성폭행 혐의로 허위 고소하도록 만든 교회 장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교회 장로 A씨와 권사인 부인 B씨에게 각각 징역 4년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집사 C씨에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모두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교인들을 통제·유도·압박하고, 허위 고소 사실을 만들어 피무고자들의 삶과 가정의 평안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며 "성폭행 피해가 허위임을 충분히 알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A씨 등은 교회에 다니는 세 자매를 현혹해 '네다섯 살 때부터 친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 당했다'는 가짜 기억을 주입하고, 2019년 8월 이들이 친부를 성폭행 혐의로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른 여신도를 상대로 '삼촌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세뇌해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러한 방식으로 무고를 당한 사람만 4명, 관련 혐의는 30개에 달했다.

이들이 무고 대상으로 삼은 이들은 교회에 대해 '이단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장로였던 A씨는 '하나님의 은혜로 환상을 볼 수 있다'거나 '귀신을 쫓고 병을 낫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과시하는 식으로, 교회 안에서 선지자 행세를 하며 신도들 위에 군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암시, 유도, 집요한 질문을 통해 원하는 답을 듣는 과정을 반복하며 허구의 기억을 주입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유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이 꾸민 무고 내용은 유아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 당했다는 것인데, 이는 법률상 최고 무기징역 대상으로 규정돼 있는 중범죄"라며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변명을 해 반성의 여지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교회 장로 A씨는 현직 검찰수사관이다. 검찰은 A씨 혐의가 드러나자 직위해제한 후 중징계를 청구했고, 현재 중앙징계위원회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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