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체제로 달라지겠다"는 새마을금고

입력
2023.11.14 18:19
[뱅크런·비리 몸살 새마을금고 혁신안]
경영대표이사 도입하고 중앙회장 권한 축소
유동성 비율·예대율은 상호금융권과 같도록
부실금고 퇴출... 내년 1분기까지 합병 완료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와 임직원 비위 의혹으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은 새마을금고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 부실금고는 신속하게 구조조정 하기로 했다. 다만 새마을금고 감독권은 금융위원회로 이관되지 않고 계속 행정안전부가 갖는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배구조 및 경영혁신 △건전성 및 금고 감독체계 강화 △금고 경영구조 합리화 및 예금자보호 강화 등 3대 핵심 분야 쇄신책을 담은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우선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경영대표이사’를 도입해 지배구조를 개편한다. 중앙회장은 예산·조직·사업 등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대외활동 업무와 이사회 의장 역할만 수행한다. 임기도 연임제에서 4년 단임제로 바뀐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 위원회로 격상하고, 중앙회장 소속 금고감독위원회는 중앙회 소속으로 옮겨 독립성을 높인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 규제 기준은 100%에서 80%로 타 상호금융권과 동일하게 조정된다. 유동성 비율 계상 시 중앙회 예치금 전액이 아닌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예치금만 유동자산으로 인정하는 등 건전성 지표도 개선한다.

무엇보다 새마을금고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여신 관리 및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200억 원 이상 공동대출은 중앙회 참여를 의무화하고, 부동산ㆍ건설업에 대한 업종별 여신한도(각 30%, 합계 50%)도 도입된다. 아울러 상환준비금의 중앙회 의무예치비율은 단계적으로 50%에서 100%로 상향할 계획이다.

부실금고는 퇴출한다. 완전자본잠식 등 부실 정도가 심각한 금고는 내년 1분기까지 합병을 완료하고, 고연체율로 경영 개선이 어려운 금고나 경쟁력이 낮은 소규모 금고는 ‘부실우려금고’로 지정해 합병이나 현장경영지도 등을 추진한다.

예금자 보호 방안도 마련됐다. 예보준비금 출연금 요율을 현행 0.15%에서 연차적으로 0.18~0.2%로 상향하고, 예보준비금관리위원회의 위원 과반수를 외부전문가로 구성해 정책 결정 투명성을 확보한다.

이번 혁신안에서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이관하는 방안은 제외됐다. 같은 상호금융권인 농협과 수협이 금융위 감독을 받는 것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금융위 협조를 얻어 총괄 관리한다. 그동안 새마을금고의 위기 대처가 미흡한 원인으로 행안부의 느슨한 감시 체계가 지적돼 왔다. 하지만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새마을금고는 시장과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혁신안이 반영된 법 개정안을 먼저 추진하기로 관계부처 간 협의가 됐고 감독권 이관 문제는 추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행안부는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금고 검사 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부실 징후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상시 감독 및 경보시스템을 가동하고, 3,000억 원 이상 금고는 외부 회계감사를 매년 실시하도록 했다. 또 금고 직원에 대한 행안부ㆍ금융위 직접 제재권을 신설해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한다.

김표향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