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로봇 기술마저 중국으로... 기술유출 사건, 10년 만에 최대

입력
2023.11.14 12:00
10면
경찰, 9개월간 21건 송치... 중국이 3분의 2

올해 6월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40대 중국 국적의 연구원 A씨를 검찰에 넘겼다. A씨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대형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심혈관 중재시술(수술이 필요한 질환을 비수술적 시술을 통해 치료하는 것) 보조 로봇 등 의료로봇 기술 자료 1만여 개를 몰래 빼돌렸다. A씨는 훔친 자료를 자기 성과인 것처럼 꾸며 중국의 해외인재 유치 사업인 '천인 계획'에 지원해 선정됐다. 경찰은 국가정보원의 첩보를 받아 3월 잠시 한국에 들어온 A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범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종료 이후 해외 교류 등이 늘어난 여파인데, 경찰은 경제안보 수사력 강화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월부터 이달까지 '경제안보 위해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해외 기술유출 사건 21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전년(12건) 대비 75% 증가한 규모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죄종별로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이 6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15건이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 및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시,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유출 시 적용이 가능하다.

기술이 빠져나간 국가는 중국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대만, 일본,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이라크, 호주로 각 1건의 기술이 유출됐다. 기업 내부 인사에 의한 기술 유출은 전체 21건 중 15건으로, 외부인에 의한 유출(6건)의 2배 이상을 차지했다.

기술별로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8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반도체·기계가 각 3건, 조선·로봇이 각 1건, 기타 5건 순이었다. 경찰은 7월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 A사의 전직 대표 등 5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운영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기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일당이 판매하려던 기술은 LCD를 만들 때 필요한 최적 온도와 압력 등이 담긴 공정의 핵심 '레시피'로, 국가핵심기술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내년에는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 대응단' 적극 참여를 통해 국가핵심기술 등 주요 기술 해외유출 검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