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제공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경기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박광순 시의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앞서 제출했던 의장직 사임계를 ‘셀프 철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의장은 지난해 7월 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동료 시의원에게 ‘자신을 투표해 달라’며 250만 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을 앞두고 그는 가족을 통해 시의회에 의장직 사임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8일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다음 날(9일) 의장직 사임서 취소계를 다시 시의회에 냈다. 항소심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처럼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사임 취소에 법적 문제는 없다. 그가 앞서 제출한 사임서는 현행법상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적 효력이 생기는데 두 차례 임시회가 모두 파행으로 끝나 의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시회 파행 이유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분당보건소 이전 여부’ 예산이 포함된 ‘성남시 3차 추가경정예산’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서다.
결국 양당 갈등으로 사임계를 의결하지 못하는 사이 박 의장이 사임 입장을 번복하고 다시 의장직에 오르는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그는 이날 3차 추경 예산 의결을 위한 ‘원 포인트 임시회’에서 의장직에 앉아 안건을 처리했다.
이에 대해 시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상대 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대표 시의원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리위원회를 열지 않고 제명 등의 처분을 안 하는데 우리가 막을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용한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민주당 측에 3차 추경은 나중에 하고 조례 제정과 의장직 사임계 등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는데도 거부해 결국 이런 사단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본보 통화에서 “사임계를 제출할 당시 ‘현재 수감 중으로 의장직을 수행할 수 없어서’라고 사유를 설명했지만 지금은 풀려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올해 행정사무감사와 내년 예산안 처리 등을 의장으로서 충실히 수행할 것이며, 대법 판결이 나면 그때 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