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감소로 교육 재정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교육청의 '허리띠 졸라매기' 외에 교육당국이 가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2, 3년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이 늘자 '남는' 교육 재정을 어떻게 나눠 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됐으나, 반대로 교부금이 부족할 때 어떻게 살림을 꾸려갈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던 탓이다. 영유아 보육·교육 통합(유보통합) 등 굵직한 교육개혁을 앞둔 중앙과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청들은 지출을 대폭 줄인 긴축 예산안을 편성하며 '빚을 내서 학생을 가르쳐야 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경우까지 거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출 규모를 13.4% 줄인 내년 예산안을 최근 시의회에 제출했고, 대구(6.9%) 인천(4.6%) 강원(4.1%) 교육청도 역시 예산안 규모를 줄였다.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기금적립액이 소멸되면 과거처럼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김지철 충남교육감, 지난달 23일 국회 토론회) 같은 앓는 소리도 나온다.
최근까지 교부금 개편 논의의 방점이 '방만한 재정'을 개혁하는 데 찍혔던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극적으로 변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교부금 중 교육부가 국가시책사업 등 '꼬리표'를 달아 교육청에 주는 특별교부금의 비중을 3%에서 4%로 늘리는 교부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감사원은 지난 8월 내국세의 20.79%로 고정된 교부금이 방만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교부금 중 약 1조5,000억 원을 떼어서 대학에 지원하는 작업도 진통 끝에 이뤄졌다.
반면 교부금 감소 시나리오에 따른 대비는 사실상 전무하다. 2004년 개정된 교부금법에는 교부금이 줄어 인건비 등 고정적인 경비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완충장치'가 마련됐지만 실제 작동한 적은 없다. 교원 인건비 증가액이 교부금 증가액보다 크면 2년 뒤에 부족한 차액을 얹어주는 교부율 보정 제도다.
교육부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교부금은 2조2,663억 원 감소하고 교원 인건비는 6,397억 원이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작동하지 않았다. '불가피한 사유'로 인건비가 '크게 달라질 때' 같은 모호한 단서가 법령에 붙은 탓이다. 이를 명확하게 다듬는 개정안을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2021년 1월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교육청들은 부족한 재원을 남은 예산을 넣어둔 '지갑'인 기금에서 꺼내 메우고 있지만, 유보통합 등으로 늘어날 지출을 계속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교부금(예상 결손액)과 각 교육청이 보유한 재정 안정화 기금을 비교했는데, 서울 경기 울산 등 6개 교육청에서 부족한 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교육청이 최근 기금의 사용한도를 50%에서 70%로 늘리는 고육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유보통합에 드는 돈을 별도의 회계 신설 없이 교부금 내에서 쓰라고 한다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널뛰는 교부금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 환경이 휘청이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인건비를 일반 교부금과 따로 분리해 지원하는 안 △교부율 보전 제도 등을 실질화하는 안 △정부 총예산 중 특정 비율을 교육 재정으로 편성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