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해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고강도 대응을 주문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 등 근본적 헌법 가치가 훼손됐다"면서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고도 했다. 민심 불안요인을 제거하고자 관계부처를 망라해 온갖 지시를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라"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을 향해서는 "불법 사금융 관련 형사사건의 유형별 선고형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중형이 선고되도록 양형 자료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 국조실, 법무부에 대해서는 "서민생계금융을 확대하고 개인파산 및 신용회복 절차를 정비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자리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창기 국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범죄수익과 관련 "강력한 세무조사로 불법 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하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장의 경우 당초 참석 대상이 아니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을 지시했다. 아울러 "팀플레이로 불법사채업자에 대한 정보 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피해자들의 피해 사례를 듣고, 참석자들과 대응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사금융 관련 사건들을 일일이 언급했다. 빚 독촉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청소년을 상대로) 팬카페나 게임 커뮤니티에서 대리 입금이라는 이름으로 10만 원의 소액을 빌려준 뒤 지각비 등 명목으로 연 5,000% 이상 고금리를 요구하면서 협박과 폭행을 일삼는다"고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이어 "옷가게를 운영하던 여성은 지인 연락처를 담보로 100만 원을 빌렸다가 연 5,200%의 살인적 금리를 요구받고 성 착취를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문제의식이 전방위적 지시로 이어진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것을 방치하면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이 정한 추심 방법을 넘어선 대부계약은 효력이 없다"며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그 자체가 무효"라고 단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도 참모들에게 "금리 상승세에 편승한 불법 사금융 피해 확산 우려가 크다"며 관계부처에 강력한 단속을 지시했다. 하지만 최근 사금융 관련 신고가 증가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자 전면에 나선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장 막다른 길에 내몰린 취약계층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사금융인데, 제도권이 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차원"이라며 "대통령이 (민생)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 중 하나인 것 같고, 검사 시절 관련 경험도 많다"고 전했다. 국세청장을 특별히 부른 것도 가장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 환수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로 인해 서민 금융 부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안한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지원 방안들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등 강한 어조로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