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결정을 하루 뒤로 연기했다. '정부의 방송장악'을 이유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에는 공감대를 모았으나, 의석수를 앞세운 탄핵소추 남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이 탄핵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90여 분간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이 위원장 및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추진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탄핵안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라는 무거운 책임성을 고려해서 좀 더 신중하게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내일 의총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이 위원장과 한 장관 등의 정부 인사들과 일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비공개 의총에선 다수 의원들이 검사 탄핵에 반대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탄핵을 감정으로 하면 안 된다"며 "(일부 검사의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사유도 있었는데 그게 탄핵감이냐"며 꼬집었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국민들도 의원들도 (탄핵 대상) 검사들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탄핵의 긴급성이나 법률 위반 중대성이 없고, 선거를 앞둔 만큼 정무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 검사범죄대응태스크포스 소속 김용민 의원은 "지난 비상 의총에서 검찰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의원들이 의총장을 떠나면서 결정을 미룬 채로 종료됐다.
다만 검사 탄핵과 달리 이 위원장 탄핵엔 이견이 없어 9일 의총에서는 검사 탄핵안만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한 의원은 "이 위원장 탄핵에 대한 큰 반대가 없었다"며 "내일은 이 위원장 탄핵만 통과되고 나머지 검사 4명 탄핵에 대해선 차차 검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장관은 탄핵 추진 논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윤 원내대변인은 "탄핵소추는 법률적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탄핵을 추진할 만큼 한 장관의 중대한 위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지난 2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헌법재판소는 7월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부 견제를 위해 거대 야당이 습관적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설사 탄핵할 만한 사안이 있더라도 한 장관 탄핵은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자칫 탄핵 남발로 비치지 않게 시기와 여론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법 △국정조사 3건(오송지하차도 참사·윤석열 정부 방송장악·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내 1당 지위를 활용해 입법 드라이브를 걸어 존재감을 발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