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입학 정원 증원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임경호 공주대 총장이 “공주대학교는 의대는 물론 치과대학과 약학대학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충남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1.53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충남도는 17개 시도 중 국립의대뿐만 아니라 국립의대 부설 병원조차 없는 곳이다. 이에 따라 충남 내 유일 국립대학인 공주대에 의대가 신설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충남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임 총장을 지난달 31일 공주대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주대는 20년 동안 의대, 한의대 신설을 추진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번엔 다른가.
“의대 정원 자체가 동결돼 있었기 때문에 번번이 가로막혔던 것이고, 앞으로 정원을 늘린다고 하니 분위기는 분명 과거와 다르다. 국립의대는 충남도에 설치돼야 하고, 충남도 안에서도 공주대에 반드시 생겨야 한다. 공주대에 의대가 없기 때문에 의대를 설립하자는 게 아니다. 의료 취약지역에 살고 있는 충남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나서야하는 사명감으로 의대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 이유가 무엇인가?
“공주대는 공주캠퍼스와 천안ㆍ예산캠퍼스 등 철저하게 지역 밀착형 대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주대에 의대가 생기면 강의실, 실험실, 부속병원 건립을 위한 부지 매입비 등 정부 재정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지역민들에게 빈틈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산캠퍼스 면적이 58만7,172㎡로 의·치·약학대와 수의과대학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충남도의회도 최근 정부에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히 요구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국립의대와 국립의대 부설 병원이 없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데서 오는 위기감과 절박감을 같이 느꼈을 것이다. 212만 충남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결연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목적이 정당한 만큼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정부도 주민들의 다급한 요구를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충남의 의료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의료 서비스 붕괴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여, 서천 논산 등 충남 서남부권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0.87명이다. 전국 최하위인 충남도(1.53명)의 절반 수준이다. 국립의대, 국립병원은 국민 건강과 생명의 최후의 보루인데, 충남에는 이게 하나도 없다.”
-의대 신설과 함께 치대, 약대 신설까지 내세웠다. 이유는.
"치대의 경우 충남도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를 고려한 것이다. 대부분의 노인은 치과 진료 대상자다. 치과 치료 때를 놓치면 삶의 질이 추락한다. 영양 섭취에서 문제가 생기고 위장 질환 등 다른 질병으로 이어진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 방치 차원에서도 공주대 치대 설치는 가성비 높은 정책 결정이 될 것이다. 약대 신설 문제도 약국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수의대 신설까지 내세웠는데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반려견 인구가 급증하고 서산, 홍성, 논산 등 충남에는 대규모 축산단지가 있는데, 지역에 수의대가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최근 서산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한 럼피스킨병뿐만 아니라, 아산만, 금강, 각종 호수가 있는 충남에는 조류독감 등 동물 전염병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공주대 예산캠퍼스에 농축산, 농생명바이오, 식품 관련 특성화 학과가 있는 만큼 수의대와 약학대가 신설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의대 신설, 정원 확대를 위해 각 대학이 뛰고 있어 경쟁이 만만치 않다.
“지난 7월 안동대와 목포대, 순천대 등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 국립대학이 공동으로 '지역 공공의료인력 확충 및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국회포럼'을 개최했다. 중증외상, 응급, 만성질환자들이 타지역에서 헤매고 다니는 열악한 의료 취약지역의 현실을 알리고, 국립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증원을 정부에 촉구하는 공동건의문도 전달했다. 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의대 유치도 큰 현안이지만, 학령 인구 감소로 학교 존립이 위협 받고 있다.
"내부 구성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글로컬대학 육성'이라는 이름 아래 대학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는데, 공주교대와의 통합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논의는 안 됐지만, 공주교대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는 만큼 가능성 있다. 또 이와 별도로 우리 대학은 ‘한민족교육문화원’을 통해 720만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글과 우리의 문화, 역사를 교육하는데,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재외동포 학생 유치로 입학생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특수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특수교육과 개설 운영에 이어 내년엔 공주 옥룡캠퍼스에 고교 과정 특수학교가 개교한다. 어떤 학교이고, 어떻게 운영되나.
“기업에서 일정 비율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원하는 교육을, 학생 개개인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학교다. 국내에 장애인에게 직장과 직업을 갖게 하는 교육 기관은 많지만, 국립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교육기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은 1만2,000㎡(약 3,600평) 부지에 장애 학생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최신식 교사에서 이뤄진다.”
-대학 부설 학교들은 보통 높은 교육 성과로 인기가 높다. 기대해도 되나.
“기대해도 좋다. 그 같은 시대수요에 맞춰 전국단위 모집을 하고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생 수 126명, 교직원 수 100여 명 규모로 개교 계획이다. 디지털정보, IT, 사진, 영상, 간병, 요양보조, 조리, 제과, 제빵 등 외식서비스, 공연예술, 제조유통, 농생명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교육비는 물론 기숙사비 등 전액 국비 지원된다.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인재들이 전국에서 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