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핵관' 잇단 출마 채비에... 與 혁신위서도 "공천 가르마 타줘야"

입력
2023.11.07 18:00
3면
대통령실 참모 잇단 총선 출마 움직임
중진 험지 출마 맞물려 전략공천 우려 
"혁신위가 공천 방향 제시해야" 의견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참모 공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내년 총선 출마 채비에 나선 30명 안팎의 대통령실 참모들이 향후 전략공천을 받는 게 아니냐는 당내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공천 방향 등에 대한 혁신위 논의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난 회의에서 대통령실 출신 총선 출마자 공천에 대해 혁신위가 공개적으로 가르마를 타줘야 한다는 의견 제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 안건으로 올라갈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여러 차례 '죽는 길'이란 말씀을 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추후에 관련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영남 중진이 험지에 나가면 그 자리에 대통령 측근이 오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그건 이상한 약을 먹고 죽는 것이다.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용핵관(용산 출신 핵심 관계자)들의 출마 러시 속에 이들에 대한 당 차원의 특혜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2일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다음 날 열린 혁신위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이 화두에 올랐다고 한다. 다만 다른 혁신위원은 "해당 안건은 혁신위가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당내에선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면 혁신위가 관련 입장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 위원장이 △당 지도부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을 콕 집어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공개 촉구하면서 당내에서 "왜 우리만 희생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이들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로 생기는 빈자리에 대통령실 참모들이나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대통령실 참모나 검사들이 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서는 행정관급을 포함해 20~30명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국민의힘이 현역의원으로 있는 영남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혁신위가 대통령실 참모에 대한 공천 방침을 정한다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 위원장은 전날 채널A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참모들도 불출마·험지 출마 대상이라면서도 "이제 시작한 사람, 출마도 안 한 사람 보고 험지에 오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에 오래 있었고, 또 대통령을 가까이 한 사람들"이라고 한정했다.

손영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