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52·사법연수원 32기)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딸의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도 한 차례 더 같은 주소지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의혹 제기 당시 이 차장검사는 "자녀의 진학을 위해 일시적으로 전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입학 이후에 원 주거지로 돌아왔다가 재차 실거주지가 아닌 곳에 전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차장검사는 2018년 8월 딸(당시 5세)과 함께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의 처남 소유 집으로 주소를 옮겼다. 이후 처남 가족은 이 차장검사가 살던 같은 아파트 다른 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두 가족이 주소지를 맞바꾼 셈이다.
이 차장검사가 대로를 사이에 둔 처남 주거지로 주소를 옮긴 건, 딸의 학교 배정이 달라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처남 주거지에서 배정되는 대도초등학교는 강남에서도 명문으로 통해 이 학교로 전학하려는 학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주거지를 바꾼 덕에 이 차장검사의 딸은 7세가 되던 2020년 3월 이 학교에 입학했다.
딸이 대도초에 입학한 지 4개월 뒤 이 차장검사의 주소지는 원래 살던 곳으로 옮겨졌다. 약 2년간 두 가족의 건강보험 등 각종 공과금 고지서가 서로 엉켜 발송되면서 제대로 고지를 받지 못했는데,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보험료가 체납돼 가족 일부 통장이 가압류되는 등 불편한 일이 생기자 처남 측이 다시 주소지를 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본보 취재 결과 이 차장검사는 그 뒤로도 한 차례 더 처남 집에 주소를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딸이 2학년이던 2021년 4월 16일, 이 차장검사 부녀는 처남 집에 '친척' 관계로 다시 전입했다. 전입 전날 세대주인 처남 측의 허락을 받기 위해 전입신고에 대한 세대주 확인을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렇게 이뤄진 두 번째 전입 상태는 올해 5월까지 이어졌다.
첫 전입을 통해 '학교 배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이 차장검사가 재차 주소를 옮긴 것은 위장전입 의혹을 주변에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기준 62학급이 있는 대도초는 전입 대기 순번이 있을 정도로 과밀한 학교라, 인근 학부모들이 학구 위반(주소지 배정 학교가 아닌 학교에 다니는 것)을 직접 신고할 정도로 감시의 눈초리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장검사 아내는 지난해 딸의 학년 학부모 대표까지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살지 않는 곳에 주소를 옮기는 것은 주민등록법에 저촉될 수도 있는 행위다. 법에 따르면, 어떤 목적이든 실거주지와 다른 곳에 전입 신고를 하는 행위는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차장검사의 2차 전입은 2021년 4월 16일이어서, 아직 공소시효(5년)가 남아있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시효(3년)도 살아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이 차장검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주기 어렵고, 수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검찰 수사 결과를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위장전입 의혹은 지난달 17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하며 불거졌다. 당시 이 차장검사는 위장전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녀의 진학 문제로 처남 집에 일시적으로 자녀 주소지를 옮겼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이 차장검사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3일 고발인을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