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복판에서 개를 도살해 토막 낸 피고인에게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진 것을 두고 동물단체가 비판에 나섰다.
2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검찰이 생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하지 않고 약식기소로 결론 내린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솜방망이 처분은 동물 학대를 방조하고 부추기는 처사"라고 밝혔다.
카라에 따르면 피고인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거주하던 지역에 재개발이 진행되자 보상을 받고 떠나면서 키우던 백구는 그 자리에 버렸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주민이 이름도 없던 개에게 '가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매일 돌보기 시작했다. 주민은 심장사상충에 걸린 가을이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치료했고, 가을이는 올해 7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초복(11일)을 앞둔 7일 가을이는 갑자기 찾아온 김씨에 의해 도살된 채 발견됐다. 주민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김씨로부터 가을이 사체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사체는 부위별로 토막 난 채 검게 태워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지난달 20일 해당 사건을 약식기소했다.
카라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정당한 사유 없이 노상에서 잔인하게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김씨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탄원 서명에는 시작한 지 3일 만에 3만 명 이상이 동의했고, 최종 5만281명이 참여했다. 카라는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탄원 서명부를 전달했다.
최민경 카라 정책변화팀 팀장은 "검찰은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학대범의 말을 그대로 반영한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수법이 잔인한 데다 가을이를 돌봐 온 주민이 사건 발생 이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생명경시적 성향으로 볼 때 재범 가능성이 높아 엄중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봐주기 수사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최 팀장은 "법원에서라도 정식 재판을 결정해 피고인을 법의 심판대 앞에 정식으로 서게 하고 신중한 심리를 통해 엄정한 죄책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