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업무를 소홀히 한 이유로 기소된 해경 지휘부에 9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들이 참사를 예견할 수 없어 죄를 묻기가 어렵다고 봤지만, 유족들은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2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을 두고 원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적절한 초동대처를 하지 않아 승객 30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2020년 2월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 때 출범한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은 1년 2개월여간의 수사를 거쳐 피고인들이 세월호 상황을 제대로 파악·통제해 선체에 진입하고 퇴선을 유도해야 했음에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하급심은 그러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선체 내부에서 거짓 정보가 해경에 전달됐고, 이 때문에 해경이 참사를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구조의무를 방기하고 탈출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승조원들이 승객들을 퇴선시키고 있다고 오인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사후적으로 평가했을 때 최선의 방법으로 지휘하지 않은 점만으로 업무상 주의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장의 경우 '사고 초기에 퇴선 명령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2021년 김 전 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이 전 함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유족 측은 대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지휘부가 상황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책임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도 "여전히 좁은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면죄부를 줘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가 일어난 것"이라며 "사법부는 법을 만들고 집행해온 이들의 잘못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