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1일 밝혔다. 아울러 북한이 분쟁을 이용해 중동권의 무장단체와 제3세계 국가에 무기 판매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활용하고자 기도 중인 것으로 파악한다"며 "김 위원장이 최근 팔레스타인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에 대전차무기, 방사포탄 등을 수출한 전례가 있다. 전례를 고려하면 북한이 이번에도 무장단체와 제3세계 국가에 무기를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국정원은 아울러 북한이 하마스 기습공격을 확인하면서 장사정포의 유용성과 선제 기습공격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군사모험주의'에 집착 성향이 증대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북한은 지난 8월 말 김 위원장이 전군 지휘훈련과 전술핵 타격훈련을 병합 실시하고, 전술 재래식 전력 통합운영을 상정한 전면전 연습에 나섰고, 9월에는 전술핵 공격 잠수함을 지휘하는 등 '핵인질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당초 10월 공언했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을 두고 국정원은 "최근 엔진과 발사장치 점검 등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에서 기술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성공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포탄 지원 대가로 위성 관련 기술을 자문한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다. 국정원은 기술 자문 외에도 무기 운영법을 전수받기 위해 지난달 러시아에 대표단을 파견한 정황도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수요를 맞추기 위해 군수공장을 24시간 가동하며 탄약 제작에 민수공장과 주민들까지 동원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지원을 위해 8월 초부터 선박과 수송기 등을 활용해 포탄 등 각종 무기를 10여 차례 수송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선박으로는 나진항에서 러시아의 두나이항과 보스토치니항으로 운송된 포탄이 열차에 실려 우크라이나 인근의 티호레츠크 탄약고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고했다. 또 수송기로도 북한 무기들을 반출한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반출된 포탄은 100만 발이 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두 달 이상 사용 가능한 규모로 분석됐다.
북한이 대러시아 군수물자 지원과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재원 확보를 위한 밀수와 주민 수탈이 한층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태다. 국정원은 "올해 금괴 밀반출 규모는 작년 500여 ㎏의 3배인 1,800여 ㎏으로 급증했고, 이는 1억1,000만 달러(약 1,493억 원) 규모"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경 전면 개방을 염두에 두고 대중 경제협력 확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10월 중순 투자자 물색을 위해 실무대표단을 중국에 급파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한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작의 주체로 중국과 북한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정원은 중국의 사이버 공작과 관련 "국내 대기업 대상 랜섬웨어 공격 모의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기업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예방했다"면서 "국내 언론사를 위장한 웹사이트를 구축·운영하는 것을 파악해 이를 차단·폐쇄를 추진 중에 있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