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학생·포닥 월급 30% 줄어드나... 과학계 '약자' 피해 현실화 우려

입력
2023.11.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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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의원실, 내년 예산안 검토보고서 분석
14개 출연연, 외부인건비 평균 29.6%씩 삭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여파로 내년도 정부출연연구원(출연연)들의 평균 외부인건비 감소율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예산 '칼질'이 박사후연구원(포닥)과 대학원생 등 과학기술계 '약자'의 피해로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실로부터 받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2024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4개 출연연의 올해 대비 내년도 외부인건비(학생인건비 포함) 감소율은 평균 29.6%로 집계됐다. 기관별로 학생인건비가 외부인건비와 별도로 책정되기도 하는데, 이번 집계 결과는 관련한 모든 항목을 고려해 산정한 것이다.

감소 폭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외부인건비 46.2%, 학생인건비 38.2%로 가장 컸다. 이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33.8%(외부인건비, 학생인건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1.1%(학생인건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30.9%(외부인건비) 등이 뒤를 이었다.

과방위 전문위원실은 "인건비 감소는 주로 비정규직 연구원, 학생연구원들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줘, 후세대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미래 과학기술 투자와 인력 양성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국가 과학기술 인적 기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건비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연구개발적립금·기술료적립금 등 자체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출연연들의 계획에 대해서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문위원실은 꼬집었다.

과학계에서는 출연연이나 4대 과학기술원의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학 연구원들의 인건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견 과학자는 "연구실을 통해 인건비를 받는 일반 대학 학생들은 연구비 삭감의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이들에 대한 세심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번 자료로 R&D 예산 삭감이 출연연 연구직들에 직접 피해를 준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면서 "전문위원실도 연구개발적립금을 활용한 인건비 지급 대책의 문제점을 언급한 만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수정·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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