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김재익 전 경제수석을 언급했다. 소상공인, 택시 기사, 청년, 주부 등 국민 60여 명이 참석한 '민생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전두환 정부의 경제참모를 소환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국민들이 못 살겠다고 절규를 하면 바로 듣고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결국은 돈이 든다"며 "(그렇다고) 정부 재정 지출이 팍팍 늘어나면 물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민생 지원을 위해 무작정 재정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취지였다.
이어 김 전 수석에 대해 "가장 먼저 한 것이 재정을 딱 잡은 것"이라며 "재정을 늘려야 된다는 요구가 정계에서도 있었지만, 재정을 잡아서 물가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정부가 건전재정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를 김 전 수석의 사례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김 전 수석에 대한 언급은 사전에 준비한 원고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건전재정 기조와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전 수석 사례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축 재정, 수입 자유화 등을 추진하면서 1980년 30%에 육박했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3년 만에 3% 안팎으로 줄인 것은 김 전 수석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를 현 정부의 재정 기조와 최근 불안한 대내외 경제 상황과 연결 지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주자 시절인 2021년 10월에도 전두환 정부가 김 전 수석에게 경제 분야를 위임한 것을 호평한 바 있다. 이번엔 김 전 수석을 콕 집어 정부 기조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이유로 '민생'을 앞세웠다. 지출 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은 민생 지원에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021년 정치선언문에서 소개한 "국가는 왜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냐"는 자영업자 발언을 거듭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세상을 떠난 맥줏집 사장의 사례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일단 이것(영업규제 손실보상)부터 하겠다 해서, 50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마련해 여야 합의로 집행을 해드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