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법인택시 10대 중 4대 '휴업 중'…업계 구인·경영난 가중

입력
2023.11.01 15:31
9700여대 중 4000대 운행 못해
승객 감소, 업계 침체에 기사 부족
젊은 기사 빠지고 60대 이상 66%
수익, 동기 부여 위해 선택근로제 시급


부산지역 법인택시 업계가 구인난으로 보유 차량 10대 중 4대가 휴업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를 구하지 못해 택시 운행이 감소하면서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1일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운행을 하지 못하고 휴업 상태로 있는 택시 차량이 2019년 1,123대에서 지난해 말 기준 3,788대로 2.3배 가량 늘어났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연말보다 많은 4,000대까지 늘었다. 연말까지 휴업 택시는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부산 법인택시 9,700여대 중 41% 가량이 휴업 상태로 10대 가운데 4대가 차고지에 주차돼 있다.

부산지역 법인택시 기사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기준 1만649명에서 올해 8월 기준 5,706명으로 46% 가량 감소했다. 택시를 운행할 기사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휴업 상태인 택시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운행을 못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이 너무 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운행하지 못하는 차량에 대한 보험료, 차량 할부금, 기타 수리비 등을 부담하는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택시 승객 감소로 업계가 침체에 빠지자 퇴사자가 크게 늘었고,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뒤에도 기사 수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택시업계는 2022년 11월 개인택시 3부제·법인택시 6부제 해제로 인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이 줄어든 것을 또 다른 기사 감소 추세의 이유로 보고 있다.

여기에 개인택시 면허 양도 자격 완화가 법인택시 기사 부족 사태에 불을 지폈다. 기존에는 개인택시 면허 양도를 하려면 법인택시 3년 무사고 운전을 해야 했는데 2021년 1월부터는 운전면허 발급 5년만 지나면 받을 수 있도록 완화했다.

개인택시 자격요건 완화 전 3년간 7,392명이던 법인택시 입사자가 자격요건 완화 이후 3년간 4,05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사납금만 내고 나머지 수익은 기사가 가져가던 사납금제에서 2020년 1월 기사의 모든 수익을 회사에 납부하는 전액관리제로 전환 시행된 후 각종 세금 부담 등으로 기사 수익이 더 줄어든 것도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현재 30∼50대 택시 기사들은 보다 수익 높은 배달 플랫폼으로 상당수 이직한 상태다. 그나마 있는 부산 법인택시 기사 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현재 66%에 달한다. 택시 가동률은 2018년 75% 수준에서 올해 절반 이하인 45%까지 곤두박질 쳤다.

지난 6월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했지만 가시적은 효과도 얻지 못하고 있다. 내년 8월부터 법인택시 완전월급제가 시행되면 택시기사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업계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택시업계 전체가 구인난과 함께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다”면서 “기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동기 부여와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선택근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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