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배드랜드'에 '살아남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지만 살아남자'는 의미를 담았다. 그의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31일 서울 중구 명동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제12회 서울충무로영화제' 폐막작 '배드랜드'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 하라다 유진 프로듀서, 양윤호 집행 위원장, 김아론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배드랜드'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최신작이자, 현재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여배우인 안도 사쿠라가 주연을 맡은 범죄 서스펜스 장르의 영화다. 특수 사기에 가담한 남매를 통해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동시에 경찰의 추격으로 갈등과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일본 전체가 배드랜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품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남자다. 그러나 혈육 등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 속에서 성별을 여자로 변경했단다. 아울러 그는 "네리가 노인에게 친절한 부분이나 선한 마음이 있는 부분이 원작과 다르다. 많이 가진 자가 갖지 못한 자들로부터 빼앗는 내용이지만 중간 층인 네리가 빈곤층의 편에서서 선한 마음을 베푸는 부분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라다 유진 프로듀서은 각색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떠올렸다. 그는 "난 배우이기도 하고 편집자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아버지다. 아버지 일을 어렸을 때부터 도와드렸다"고 이야기했다. 아버지와 '배드랜드'로 호흡을 맞춘 하라다 유진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로서 큰 자신감이 생겼으며 고생을 많이 했지만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도 사쿠라는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다. 그는 특수 사기를 생업으로 하는 하시오카 렌니(네리) 역을 소화했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앞서 야마다 료스케와 호흡을 맞추며 그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고 또 한 번 함께하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사카 사투리가 가능한 여배우의 캐스팅과 관련해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안도 사쿠라는 역할에 놀라울 만큼 잘 녹아든 배우였다. 안도 사쿠라의 매력과 열정은 하라다 마사토 감독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이 '배드랜드'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는 "'살아남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지만 살아남자'는 게 영화를 통해 드리고 싶은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내용으로 보면 네리가 원작보다 환경적으로 더 최악의 환경에 속해 있다"고 밝혔다. 의리로 뭉친 가족이 등장한다는 점을 설명하며 "네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호흡을 맞추고 싶은 한국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전도연씨 포스터를 보며 함께하고 싶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송강호씨도 함께하고 싶다. 부천영화제에서 정려원씨를 만났는데 영어를 해서 의사소통도 잘 됐다. 정려원씨와도 일을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 출연자들의 표정, 표현력 등에 놀랐다고 이야기하며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를 소개하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에 충무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제12회 서울충무로영화제'에 초대받아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하라다 유진 프로듀서는 "'배드랜드'가 폐막작으로 초청돼 '충무로영화제'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양윤호 집행 위원장과 김아론 프로그래머 또한 '배드랜드'와 영화제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