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CEO 겸 유튜버로 활동 중인 김헌성 대표가 지상파 예능에 진출했다.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지난 29일 새로운 보스로 합류한 그는 강원 강릉시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의 대표다. MC들은 "객실 수 1091개, 직원들 300명 이상, 호텔 가치만 무려 수천억 원에 달하는 호텔의 CEO"라고 김헌성을 소개했다.
김헌성과 절친한 사이인 배우 주상욱은 스페셜 MC로 등장해 "(김헌성이) 원래 말이 없는 편이고 재밌는 스타일이 아니다. 직원들한테는 말을 안 하고 눈치를 주는 스타일"이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김헌성은 객실 매트리스 밑까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부서장들과의 회의에서 호랑이처럼 엄격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1982년생 '젊은 대표' 김헌성은 일할 때의 모습과 달리 실제론 호탕하고 정 많고 배포가 큰 사람이다. 방송에 등장한 주상욱 이외에도 많은 연예인들과 친분을 자랑한다. 그가 유튜버로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솔직함'에 있다. 호텔 CEO라는 화려한 위치 뒤에 감춰진 개인사와 아픔들을 가감 없이 고백해 구독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지난 30일 김헌성 대표를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하 김헌성 대표와의 일문일답.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출연 소감이 궁금하다. MC들과도 첫 만남이었는데.
"촬영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사담을 나눈 게 아니어서 자세힌 모르겠지만 그냥 TV에서 보던 모습과 흡사하더라. 다들 이미지가 비슷했고 즐겁게 잘 대해줬다. 막상 촬영을 해보니 편집 과정에서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예능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촬영 당시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사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하는 모습을 촬영한다고 하니, 직원들이 연기자도 아니고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자체가 부담이었을 거다. 회사 일에 동참하는 의미로 억지로 한 거 아니겠나. 하하."
-불시에 객실 점검을 하는 모습도 나왔는데.
"아주 자주는 아닌데 한 번씩 체크를 한다. 확인을 해야 하니까 두세 달에 한 번 정도는 직접 하는 것 같다."
-보스로서 꼰대 같은 부분도 보여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좋은 모습을 TV에서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다만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 과장해서 보여주면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 그런 것은 원하지 않는다. 호텔리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평소에 볼 수 없는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호텔 CEO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뭐니 뭐니 해도 서비스다. 고객들에게 친절한 게 무조건 1순위다. 객실 정비가 제대로 돼있는 건 당연한 거라서 말할 필요가 없다. 손님들이 돈 내고 와서 (객실이) 깨끗한 건 옵션이 아니라 당연한 거다. 우리가 제공할 것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친절한 서비스라 생각한다. 직원 채용 시에도 고객과 접점이 있는 부서들은 그런 면들을 고려한다. 서비스업도 성향에 맞아야 잘한다."
-스스로는 서비스업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나는 대면해서 하는 서비스는 모르겠지만 고객을 위해서 기획하고 상품을 만들고 그런 것들을 주로 한다. 성격 자체가 베푸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 그런 부분을 보면 잘 맞는다. 어릴 때 할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할머니들은 조건 없는 사랑이 있지 않나. 내가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이 좋게 작용하는 거 같다."
-보스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제일 힘든 건 사람 관리다. 우리가 서비스를 하는 것도 사람이고 호텔 안에서 일하는 것도 사람이다 보니 그게 제일 어렵다. 예전엔 직원들에게 정도 많이 주고 개인적으로 챙겨주고 그랬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정말 믿었던 직원이 이직을 한다든지 하면 상처까진 아니어도 배신감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느낀 건 어느 정도 해줘야 하는 것들은 해주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그렇다면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은.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이다. 나는 진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방적인 게 아니라, 위에서 밑으로 탑다운식이 아니라 직원들이 뭘 힘들어하고 원하는지 일하면서 애로사항이 뭐가 있는지 들어주는 게 엄청 중요하다. 대표와 직접 대면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일대일로 만나서 하는 경우는 드물고 부서별로 소수로 밥 먹고 술 한 잔 하면서 얘기 들어주는 일은 종종 있다."
-'재벌 2세' 타이틀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실은 부담스럽다. 재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긴 한데 사실 돈 많은 사람은 엄청 많다. 우리가 대기업도 아니고 회장님(아버지)은 성공한 분은 맞는데 나는 직원으로 일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재벌 2세로) 표현되면 사실이 아니어서 부담스럽다."
-유튜브도 하고 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유튜브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일하면서 알게 된 유튜버 동생이 권유를 했다.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는데, '호텔 사장이 유튜브를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니까 이걸 한번 해보면 관심도 많이 받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라고 해서 고민했다. 내가 외향적 성향이 아닌데 회사 홍보를 위해 시작하게 된 거다."
-유튜버로서의 삶은 어떤가.
"아무래도 많이 알아보니까 어딜 가든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크게 싫은 건 아닌데 조심스럽다. 나 역시 퇴근하면 똑같은 사람이고 사생활이 있는데 어딘가에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단 게 인식이 되니까 그런 불편함은 조금 있는 것 같다. (구독자들의) 얼굴도 대부분 모르지만 댓글로 응원해 주고 그런 게 정말 고맙고 힘이 된다."
-반려견 동반 호텔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미국에서 생활할 때 강아지를 오래 키웠는데 여행이나 어딜 가면 항상 숙소가 제일 문제였다. 동반되는 곳을 찾아서 가야 하니까 그런 불편함이나 고충이 있었는데, 한국에 와서 호텔을 운영하게 되면서 그 생각이 났다. 10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반려견 시장이 엄청 커져있더라. 여행을 다닐 때 나 같은 고충을 느끼겠구나 싶었다. 7년 전에는 반려견 동반 호텔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리라도 해주자'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
-호텔이 지역 발전에도 도움을 준 것 같은데.
"감사하게 많이 찾아줘서 호텔이 꽤 잘 되고 있다.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준 부분이 엄청 크다고 생각한다. 호텔 주변으로 상권이 살아나고 새로운 상권이 생겼다. 일례로 반려견 동반이 되는 식당이나 카페가 원래는 거의 없었는데 엄청 많이 생겼다. 호텔 손님을 받으려고 소상공인들이 반려견 동반을 허용해주기 시작한 거다. 지역사회에 이바지를 했다고 생각한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안다."
-CEO로서 꿈과 원동력이 궁금하다.
"브랜드를 확장하는 게 꿈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만족하면서 묵다 갈 수 있는 호텔들이 우리나라 여러 군데 있으면 좋겠다. 시행사를 찾아서 마음이 맞으면 서울에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아무래도 내 아내와 아들이다. 그리고 고객을 만족시켜줘야겠다는 책임감이 원동력으로 바뀌는 거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힘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마음가짐이 전부'라는 것이다. 마음을 먹는다는 건 초능력과 같은 거다. 반대로 내 스스로 무언가 선을 긋고 틀을 만들면 절대로 그 선을 넘지 못하고 틀을 벗어날 수 없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그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는 '초'능력이라는 걸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