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따구 유충, 물벼룩, 실지렁이 등 상수도에서 발견될 수 있는 생물종을 소개한 보고서가 나왔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에 낯선 생물이 있을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담겼지만, 사실을 바로 알고 제대로 대처하자는 취지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상수도 수서생물 안내서’를 31일부터 전국 정수장과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다고 29일 밝혔다. 수돗물의 취수, 정수, 급수 과정에서 이미 발견된 전례가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수중 생물의 정보를 담은 것으로, 지방 상수도 당국의 현장 관리와 대응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다.
이번 안내서는 2020년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온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후 전국적으로 상수도에서 발견된 생물의 종을 판별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곽인실 전남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상수도에서 발견 가능한 생물 자료를 확보해왔다.
안내서가 소개한 생물종은 깔따구 유충을 비롯한 수서파리류, 물벼룩을 포함한 갑각류, 실지렁이로 대표되는 빈모류 등이다. 깔따구 유충의 경우 2021년부터 전국 취수원에서 채집된 30종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실었다. 아울러 해외의 상수도 서식 생물 발견 사례도 다뤘다.
각 생물종에 대해서는 사진과 함께 생태적 특징, 형태 정보, 조사 방법 등을 소개했다. 깔따구 유충 일부는 오염에 내성이 강한 덕에 저산소층에서도 서식할 수 있어 그만큼 자주 출현한다. 빈모류는 부식질이나 생물 사체, 미생물을 섭식해 분해하기 때문에 담수생태계 물질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생물은 수돗물에 서식한다고 해도 사람에게 해롭지는 않다. 반면 물벼룩 등은 물을 변질시켜 맛과 냄새에 영향을 준다.
안내서는 인체에 무해한 생물종이더라도 가정에는 유입되지 않도록 정수장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년 전 깔따구 유충 사태도 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부실 관리가 원인이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안내서가 전국 수돗물 관리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향후 선충류나 원생동물 등 더 많은 생물을 포함하는 개정판도 발간하겠다”고 말했다.